[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SK케미칼이 자사의 혈우병 예방제 후보물질 ‘SKP-0141’의 임상 시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녹십자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민다.

본지 취재 결과,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플라즈마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SKP-0141’ 1/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측은 앞으로 임상을 통해 중증 A형 혈우병 남성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치료 및 예방을 위한 ‘SKP-0141’의 유효성, 안전성, 약동학 및 면역원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SKP-0141’은 SK플라즈마가 개발 중인 혈장 유래 8인자 제제로, 선천성 A형 혈우병 환자에게 부족한 8인자를 보충하여 출혈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도록 설계되었다.

SK플라즈마는 이미 A형 혈우병에 대한 8인자 제제 ‘에트비주’를 보유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SKP-0141’을 개발하는 까닭은, ‘에트비주’가 출혈 시 혈액 보충제로서 사용되는 반면, ‘SKP-0141’은 출혈을 미리 막는 예방제에 가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혈우병의 치료 방식은 보충 치료와 예방 치료로 분류된다. 보충 치료는 주로 출혈이 생겼을 때 부족한 인자를 보충해 지혈하는 방법이다. 예방 치료의 경우, 주기적인 약물 투약을 통해 환자의 체내 응고인자 수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여 출혈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예방 치료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출혈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출혈 억제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SK케미칼이 ‘SKP-0141’의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국내 A형 혈우병 예방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녹십자와 정면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녹십자는 A형 혈우병 예방제로서 ‘그린모노주’와 ‘그린진에프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식약처 생산실적 기준, ‘그린모노주’ 및 ‘그린진에프주’의 합산 매출액은 약 300억 원이다.

하지만 ‘그린모노주’ 및 ‘그린진에프주’같은 품목들은 2004년에서 2016년 사이에 허가된 제품들로, 현재의 최신 기술이나 개선된 제조 공정이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SK케미칼은 이를 겨냥, 최신 기술이 적용된 ‘SKP-0141’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임상시험 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게재된 정보에 따르면, ‘SKP-0141’의 1/3상은 오는 2026년 7월 31일에 1차 평가변수를 도출하고 같은 해 8월 31일 최종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SKP-0141’은 2026년 하반기 혹은 2027년 상반기에 허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이번 임상은 2상이 생략됐다. ‘SKP-0141’와 같은 혈장 유래 혈액응고 8인자(VIII) 제제는 기존에 상용화된 치료제가 존재하는 만큼, 식약처가 2상을 생략하고 1상과 3상만으로 임상 진행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