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호흡기 질환 전문가들이 COPD 환자의 급성 악화를 막기 위한 효과적 조기 치료를 위해, 사노피의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주관한 '어르신 숨 쉴 권리 보장을 위한 COPD 정책 토론회'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최준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COPD는 전 세계 원인 3위의 중증 호흡기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유병률이 높은 상황으로, 한국의 경우 COPD 환자 10명 중 9명이 60세 이상이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COPD의 유병률뿐만 아니라 절대 환자수 증가도 예상되는 중이다.

그러나 다른 만성질환들에 비해 매우 낮은 질환 인지율(2.3%)과 치료율(1.2%)을 보이고 있다. COPD는 호흡기 증상을 넘어 일상생활의 제약, 삶의 질 저하, 심혈관질환과 폐암 등 다른 동반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최 교수는 "COPD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폐암만큼 심각하다"며 "특히 COPD 환자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은 당뇨병, 허혈성심질환, 천식보다 높으며, 간병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1조 4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COPD의 1인당 경제적 부담은 747만원으로 허혈성 심질환(256만원)이나 당뇨병(137만원)보다도 훨씬 많다. 또한 COPD는 보화의 간호비용이 39%에 달하며, COPD 증상이 매우 중증일 경우 간호비용이 더욱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의 부담 수준이 뇌졸중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는 회복될 수 없다. 이에 COPD의 조기 진단과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국 교수

이어 발제에 나선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의 급성악화시 심각성을 언급하며, 고위험군의 보다 효과적 관리를 위해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건강보험 급여적용으로 치료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치료에 사용되는 듀피젠트는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OPD 치료로 적응증 확대를 허가받았다.

이 교수는 COPD 급성 악화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OPD의 급성 악화는 환자의 호흡기 증상이 치료약제를 추가해야 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된 상태를 말하며, 심한 경우 응급실 방문 또는 입원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급성 악화는 삶의 결과 폐 기능을 떨어뜨리며, 기도염증을 증가시켜 사망 위험을 높인다.

급성 악화를 겪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급성 악화를 3번 이상 겪은 환자의 사망률은 4.3베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증 악화를 겪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심혈관계 사건 발생 가능성이 6배 이상 높았다.

현재 COPD의 치료는 흡입제 사용이 표준치료법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흥빕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ICS), 지속성 베타-2 작용제(LABA), 지속성 항콜린제(LAMA) 중 2제, 3제 병합 요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cells/㎕ 이상의 급성악화 고위험군 환자에게 권고되는 최대 표준요법인 ICS+LABA+LAMA 3제요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3제요법으로 치료받는 약 60%가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에서도 3월 COPD 적응증에 허가된 듀피젠트는 COPD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로, 10년 넘게 신약이 개발되지 않은 COPD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시했다. 듀피젠트는 표준 치료에도 악화 위협이 높은 제2형 염증 동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중증도 이상 연간 급성악화 위험을 최대 34%까지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폐 기능 및 삶의 질 등 모든 지표에서 현저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했다.

현재 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 기구(GOLD) 및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KATRD) 등 국내외 진료지침은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cells/㎕ 이상의 급성악화 고위험군 환자에게 듀피젠트(두필루맙)를 권고하고 있다.

이진국 교수는 "듀피젠트 약제 150만원이나, 급여 적용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고위험군 환자들이 이 약의 비용을 전부 매달 내고 사용해야 한다"며 "한 달에 2주 간격으로 매년 맞아야하는 약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환자가 아니면 약제 유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뿐만 아니라 사우디,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에서도 듀피젠트의 COPD 치료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장, 김연숙 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기존 COPD 치료는 20년 간 ICS, LABA, LAMA 조합만 반복돼왔으나, 최근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는 매우 고무적이며, 심평원도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보험 등재가 늦다는 지적은 일부 통계의 단편적 해석이며, FDA·EMA 등 외국 허가 이후 국내 도입은 늦지만, 급여까지 소요 시간은 오히려 OECD 평균보다 짧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질환별 약제마다 환자들이 자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약제라고 요구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증도와 예후 등을 고려한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원칙을 밝혔다. 그러면서 경증·중증 구분보다는 예후와 질병부담을 기준으로 우선순위 고려가 필요하며, 저위험군이라도 COPD 자체는 중대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도 한정된 건보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의 약제 급여화는 임상적 유효성 및 비용효과성에 기반하며,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으며, 2023년 약제비 26조를 돌파했고, 연간 2조 원 증가하는 추세"라며 "약제비 비중이 진료비 내에서 계속 증가해, 급여 여부 결정 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체약이 없고 유효성 개선이 뚜렷한 약제는 충분히 보상한다며, 이러한 '우선순위 기반 보상체계' 강화 기조는 유지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논의된 COPD 관련 급여 필요성과 정책 방향을 참고하여 적극 검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