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최민석 기자] 대웅제약은 자사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가 대사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발표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당뇨병 학술행사인 '2025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이루어졌다.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엔블로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 이차 분석을 통해 엔블로와 다파글리플로진의 효과를 비교했으며 연구 결과는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됐다.

엔블로의 대사 기능 개선 가능성은 이전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엔블로가 혈당 강하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렙틴 수치 감소 효과를 다파글리플로진과 비교하여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연구는 총 426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24주간 진행되었으며, 아디포카인의 일종인 아디포넥틴과 렙틴의 변화에 주목했다. 아디포넥틴과 렙틴은 인슐린 저항성, 혈당 조절, 대사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당뇨병 환자의 대사 건강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대사 질환 환자는 아디포넥틴 수치가 낮고 렙틴 수치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연구 결과, 엔블로는 주요 대사 지표 전반에 걸쳐 개선 효과를 나타냈으며, 특히 렙틴 수치는 체중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렙틴 수치는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각각 -1.24g/L, -0.78g/L),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43). 이는 SGLT-2 억제제 중 체중 변화와 무관하게 렙틴 수치 개선을 입증한 최초의 임상 결과이다.

체중 감소 폭이 3% 미만인 환자군에서도 엔블로 투여 시 렙틴 수치가 감소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렙틴 수치는 일반적으로 체중 감소와 연관되어 줄어들지만,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 환자에게서 엔블로 투여군의 렙틴 수치는 평균 0.90g/L 감소한 반면,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에서는 오히려 1.71g/L 증가했다. 이는 엔블로가 단순한 체중 감소를 넘어 지방세포 기능 자체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지만, 과도한 지방 축적은 렙틴 저항성을 유발하여 식욕 조절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엔블로는 체중 감소가 크지 않은 환자에서도 렙틴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렙틴 저항성 개선을 통한 지방세포 기능 정상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공복 혈당,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 공복 인슐린 수치, 요당-크레아티닌 배설 비율(UGCR) 등 여러 지표에서 엔블로가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류영상 조선대학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엔블로가 지방세포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며, 대사질환 전반에 걸친 치료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다만 "렙틴 감소가 어떠한 생리적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향후 작용 기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엔블로가 기존 SGLT-2 억제제와는 차별화된 대사 기전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국내 자체 개발 신약인 엔블로의 우수성이 세계 최대 당뇨병 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향후 지방 세포 기능 이상이나 대사 불균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