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인간 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s·hESC)와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iPSC·hiPSC)를 활용한 파킨슨병 세포치료제가 초기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길이 멀다.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융합생명공학과 김대식 교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의 ‘첨단바이오 포커스’에 기고한 보고서(파킨슨병 세포치료제 개발의 최신 동향 및 전망)에서 여러 전략으로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들이 실제 임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나라별 대표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 사례로는 연세대학교 김동욱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신경전구세포 기반 치료제다. 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는 치료제는 현재 국내 임상 1/2A상 시험을 수행중이다. 중간 분석에서 치료제를 이식받은 파킨슨병 환자들은 유의미한 증상 회복을 확인했다. 이식에 따르는 부작용 역시 없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가 개발한 ‘MSK-DA01’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최근 미국에서 마친 임상 1/2A상은 ‘MSK-DA01’를 이식 받은 환자 12명에서 도파민 생산과 유의미한 운동 증상 개선을 확인했다. ‘MSK-DA01’은 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일본 교토대학교 준 타카하시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와 ‘사람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HLA)’이 일치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HLA는 이식된 세포를 면역 시스템이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HLA가 일치하면 면역 거부반응이 줄어든다.

이 전략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려는 치료법으로, 임상 1상에서 환자 6명 중 4명에게서 운동 기능 향상이 관찰됐다. 이 연구는 HLA 일치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능성 입증했지만, 한계도 극복해야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이식한 도파민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다.

도쿄대 준 교수팀이 개발 중인 치료제처럼 면역억제제를 줄이거나 아예 없이 이식하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부분 임상에서는 면역억제제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생존과 기능 유지를 위해 면역 억제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회피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핵심 과제인 셈이다.

치료 효과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보고된 1/2A 임상들은 이식 효과에 대한 충분한 통계적 유의성을 주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대식 교수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와 관련 “무작위 대조 임상과 반응 편차를 줄이기 위한 표준화된 세포 생산 기술 개발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제 생산과 글로벌 유통 체계 구축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치료제 생산과 관련 “다양한 연구 그룹이 각각 채택하고 있는 ‘오프 더 쉘프(off-the-shelf)’ 방식과 ‘온 디맨드(on-demand)’ 방식 모두 그들만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오프 더 쉘프’는 치료제를 미리 생산해 여러 환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규격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신속성과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온 디맨드’ 방식은 환자 세포를 써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주문형 생산 방식으로, 면역 적합성이 높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김 교수는 “어떠한 방식을 채택하던, 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바라는 수많은 잠재적 대상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세포치료제의 생산, 유통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