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강하게 충돌하며,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야당(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 도중 퇴장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18일(금) 예정된 국무위원후보자(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및 자료제출 요구의 건 등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의 시작 직후 김미애 의원(국민의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으로서는 정은경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먼저 "(정 후보자의 여러 의혹에 대해)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은 사실상 전무하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이자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비겁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의 증인 참고인 요구에 민주당은 단 한 명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 제출을 회피하고 증인 채택을 막는 행태는 인사 검증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국민의힘) 역시 "국회를 운영함에 있어 원칙과 기준은 여당일 때 야당일 때나 같아야 한다"며 "청문회는 장관 후보자가 자격과 자질, 능력,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은 '발목잡기'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여론몰이에만 몰두하고 있다. 무리한 증인 신청까지 하며 청문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받았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은경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는 발언에 신뢰를 보내며, "청문회 당일 소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국회법상 자료 제출의 경우 의결 후 강제력이 발생하는 만큼 일정과 관련된 '실시계획서'와 '자료제출 요구의 건'을 우선 의결하고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는 양당 간사가 추가 협상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국 "다수당 마음대로 다 하라"며 퇴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 직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미 실패한 청문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미애 의원은 "청문회가 후보자의 철저한 자료 제출 거부와 여당의 증인 채택 방해로 인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청문회가 후보자를 감추고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의 태도"라며 "국민의힘이 요청한 증인·참고인 명단을 단 한 명도 수용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아예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듯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2022년 정호영 후보자 청문회 당시 민주당이 요청한 증인·참고인을 대부분 수용해 총 25명이 출석했던 것을 언급하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후보자는 질병관리청장으로 재직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배우자가 코로나 관련 주식을 지속 매입했다는 의혹과 농지 취득과 관련해 농지법 위반 정황과 함께, 부당한 농업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증인 채택과 관련한 양 간사의 협의를 염두에 두고 정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