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셀트리온이 자사의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 ‘허쥬마’(Herzuma, 성분명: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임상 참여자 모집을 완료하면서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임상이 완료되면 오리지널인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본지 취재 결과, 셀트리온은 지난 9일 ‘허쥬마’ SC 제형 임상 1상 시험의 정보를 Recruiting(모집 중)에서 Active, not recruiting(진행 중, 모집 중단)으로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험은 건강한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CT-P6(‘허쥬마’ 코드명) 피하주사 및 ‘허셉틴’ 피하주사의 약동학,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시험의 예정된 종료일은 올해 8월 5일이다.

‘허쥬마’는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HER2 단백질에 결합하여 그 활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를 토대로 암세포의 활성을 저해하고 면역 세포가 이를 파괴하도록 유도한다. 정맥주사(IV) 제형으로 투약된다.

이 약물은 스위스 로슈(Roche)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로, ‘허셉틴’의 유럽 및 물질 특허는 지난 2014년 7월과 2019년 6월 만료되었다. 이후 셀트리온의 ‘허쥬마’를 비롯한 바이오시밀러들은 시장에 출격하면서 ‘허셉틴’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도입 후 시장 구도가 재편되었음에도 ‘허셉틴’의 영향력은 여전한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허셉틴’의 SC 제형 특허가 2030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1월 유럽 보건경제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IV 제형은 대부분 바이오시밀러로 투약되고 있지만, SC 제형에서는 ‘허셉틴’만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이 ‘허쥬마’ SC 제형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허쥬마’는 현재 유럽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로 오리지널인 ‘허셉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SC 제형까지 출시된다면 ‘허셉틴’을 넘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허쥬마’ SC는 현재 고전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쥬마’는 미국에 다소 늦게 출시된 탓에 현재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건은 셀트리온이 오는 2030년까지 유효한 ‘허셉틴’ SC 제형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느냐다.

아직 특허 만료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터라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SC 제형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직 셀트리온만이 SC 제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해당 제형 특허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허쥬마’가 일본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현재 오리지널을 제치고 약 7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셀트리온은 ‘허쥬마’ SC 제형 특허 회피와 미국 시장 퍼스트 무버 전략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허쥬마’ SC 제형은 트라스투주맙 성분에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결합한 것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기능으로, 피하 조직 사이의 간격을 넓혀 약물이 정맥주사 제형과 유사하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