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국책보험사 KDB생명이 전례 없는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다.

2020년 1조369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1,348억원으로 급락하며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를 제외할 경우 40.6%로 금융당국 기준인 10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4년 만에 자본총계가 17분의 1로 축소된 것으로, 단순한 회계기준 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준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영업기반의 총체적 붕괴에 있다.

KDB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2019년 1,741명에서 2023년 724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신규 설계사 10명 중 8명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직 와해는 직접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져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가 122억원에서 37억원으로 69.6% 급감했다.

임승태 대표이사 체제에서 추진된 ESG 경영 기조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이나 재보험 출재 확대 등 회계적 기법으로 자본비율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KDB생명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금리 하락 등 외부 요인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일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운영을 유지하는 다른 보험사들의 사례를 고려할 때, 내부 경영 역량의 한계가 더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KDB생명 측은 “기본자본 및 K-ICS 비율을 금융당국 권고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본 건전성과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병행 추진 중”이라며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CSM 확대, 장기채권 확보 및 공동재보험 출재 등 자본관리 강화를 위한 실행안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속채널 교육 강화로 설계사 소득 증대와 정착률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