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은 건양대의료원지부 파업 5일차인 28일 오전 대전 서구 건양대의료원 앞에서 의료원의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양대병원은 앞서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총파업이 개별 투쟁으로 전환된 뒤에도 합의하지 못해 지난 24일부터 소속 노조원들이 파업 중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노조의 파업 진행 이유를 설명하고 파업 5일차에 돌입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건양대의료원을 규탄하고자 마련됐으며, 이날 △최희선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정영준 보건의료노조 건양대의료원지부장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현재 산하 36개 사립대병원 중 23곳이 '고용보험법'을 준용해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하지만 건양대의료원은 소액 수당으로만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는 건양대의료원의 저임금 구조와 인력 부족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건양대의료원의 지난해 의료 이익 규모는 408억이며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만 640억가량이지만, 직원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은 꼴찌 수준"이라며 "직원들의 노동력 갈아넣기로 부족한 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해 주 6일을 근무하고도 초과 수당 한 푼 없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시점에서 파업을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해 왔다"며 "저임금 구조·부족한 인력·비정상적인 조직문화·부당한 인사제도 개선 등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이제 의료원이 답할 차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영준 건양대의료원지부장은 "우리 요구는 절대 크지 않다. 하나는 주 5일제, 다른 하나는 육아휴직수당"이라며 "토요일 진료를 위해 평일 중 네 시간을 적치해 사용하는 현 체계에서 인력 공백과 그로 인한 업무 부담이 노동의 질은 당연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무급에 가까운 육아휴직수당으로 인해 다들 선뜻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건양은 고용보험 수준의 육아휴직수당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신문수 대전충남지역본부장도 "건양대의료원은 사립대병원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건양대의료원은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이 됐고 사용자측은 노사 간 협상에서 올해는 제대로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현장발언 자리에서는 조합원이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전공의가 없는 동안 모든 짐은 진료지원(PA)인력들이 떠안았고, 가정과 삶이 무너진 채 근무했다"며 "뉴스는 우리가 인정받고 처우가 개선될 것처럼 보도했지만 현실은 월급은 그대로인 채 업무만 늘어난 지옥"이라고 역설했다.

또다른 현장발언 참여자도 "병원 전체 직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며 "모든 부서 노동자들이 매일 같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병원 운영을 묵묵히 떠받치고 있지만, 병원은 인력 부족·낮은 임금·장시간 노동 문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적정 인력 배치 없이 일은 늘고 사람은 줄어 책임이 커진다"며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연차조차 눈치보며 쓰는 현실은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또 다른 대전 지역 파업 현장인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포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 회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