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이 자사의 대표 블록버스터 제품인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비마약성 진통제(NSAIDs)를 조합한 복합제 임상에 착수한다. 두 약물의 병용요법 3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지 불과 2달 만에 복합제 개발을 본격화한 것인데,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NSAIDs 병용요법 적응증을 먼저 확보한 만큼 복합제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K이노엔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N-M00002’에 대한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IN-M00002은 케이캡의 주성분인 테고프라잔과 NSAIDs 성분인 나프록센을 조합한 2제 복합제다. 회사는 이번 1상 임상시험을 통해 케이캡과 나프록센의 병용투여와 IN-M00002 단독 투여 시 약동학적 특성 및 IN-M00002의 식이 영향을 평가할 계획이다.

개발 적응증은 나프록센 등 NSAIDs와 관련한 위궤양 및(또는) 십이지장궤양의 발생 위험이 있으면서 저용량 나프록센 또는 다른 NSAIDs로 치료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서의 골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강직성척추염의 증상 치료다.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총 74명의 건강한 피험자를 모집해 올해 12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약 1년 동안 시험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임상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테고프라잔 및 나프록센의 ‘혈중농도-시간곡선하면적(AUCt)’과 ‘최고 혈중농도(Cmax)’다.

NSAIDs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증상 조절에 널리 쓰이는 성분이지만, 장기 복용하면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NSAIDs와 대표적인 위산 분비 억제제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의 병용 처방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5월 NSAIDs 병용요법 적응증을 추가한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NSAIDs의 병용 처방도 늘어나는 추세다. 펙수클루는 현재 NSAIDs 유도성 소화성궤양(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예방 적응증을 보유한 유일한 P-CAB 제제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아직 NSAIDs 병용요법 적응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회사 측이 지난 7월 케이캡 25mg과 NSAIDs 성분 병용요법 3상 시험을 마무리하면서 해당 적응증 추가가 가시화된 상태다. 다만,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와 비교하면 적응증 상용화 시기는 1~2년 정도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HK이노엔은 이런 가운데, 병용요법 임상을 마무리한 지 불과 1~2개월 만에 복합제 임상에 돌입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복합제에 사용되는 케이캡의 주성분 용량은 병용요법과 마찬가지로 25mg이다. P-CAB 제제 보유 제약사 중 NSAIDs 복합제의 상업화 개발을 본격화한 것은 HK이노엔이 처음이다. NSAIDs 병용요법 시장을 대웅제약에 선점당한 만큼, 복합제 개발을 서둘러 선점당한 시장을 탈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NSAIDs+위산 분비 억제제 복합제 시장 ‘낙소졸·비모보’ 양분

현재 NSAIDs와 위산 분비 억제제 복합제 시장은 그 규모가 600억 원대로 추산되며, 이를 한미약품의 ‘낙소졸’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오리지널 의약품 ‘비모보’가 양분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나프록센과 PPI 성분인 에스오메프라졸 조합 복합제다.

유비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낙소졸과 비모보는 지난해 각각 258억 원, 217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낙소졸의 처방액이 41억 원, 비율로는 19% 정도 앞선 상태다. 다만, 낙소졸은 보험약가가 정당 445원으로, 비모보 715원보다 약 48% 저렴하다. 따라서 낙소졸과 비모보의 판매량 차이는 원외처방액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 것으로 해석된다.

후발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는 의미다. 실제 이 때문에 경쟁 제품은 7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HK이노엔이 케이캡과 나프록센 복합제 개발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케이캡이 PPI보다 우월하다고 평가되는 P-CAB 제제이기 때문이다.

케이캡은 기존 PPI 계열 약물 대비 빠른 약효 발현 야간 위산 분비 억제 효과 식사 여부와 무관한 복용 편의성 등의 장점을 앞세워 출시 5년 만에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을 평정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PPI 성분인 란소프라졸 대비 우월성도 입증했다.

케이캡의 매출은 이러한 강점을 뒷받침한다. 케이캡은 지난해 16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년 연속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23년 매출 1195억 원보다 41%나 증가한 규모다.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967억 원에 달한다. 연간 매출 2000억 원 달성도 노릴 수 있는 수치다.

케이캡이 출시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이미 6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처음부터 케이캡을 처방받는 환자, 그리고 PPI 제제에서 케이캡으로 전환하는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낙소졸과 비모보가 장악하고 있는 ‘NSAIDs+위산 분비 억제제’ 복합제 시장에서 케이캡 및 NSAIDs 복합제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HK이노엔이 판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계열사 쌍둥이약 제외)한 국산 P-CAB 제제는 케이캡(국산 신약 30호)을 포함해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 펙수프라잔, 국산 신약 34호)’,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성분명 : 자스타프라잔, 국산 신약 37호)’ 등 모두 3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