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국회가 고가 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RET 유전자 변이’ 폐암 치료제인 레테브모의 급여화를 촉구하는 청원이 5만명을 넘어섰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0일 레테브모 신속 급여화를 요청하는 청원이 성립됐다. 국민청원 참여자가 5만명을 돌파해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레테브모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폐암·갑상선암 치료제로, 2022년 국내 허가를 받았으나 두 차례 급여화 시도에서 모두 좌절됐다. 청원인은 "4기 폐암을 진단받은 어머니가 RET 변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됐지만, 약값이 한 달 800만원에 달해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적용에서 배제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레테브모 외에도 고가 항암제 급여화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유방암 뇌전이 환자의 치료제 투키사와 관련된 청원에는 현재 4만3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한 환자 가족은 "2개월 약값만 3000만원이 들고, 병용하는 다른 약까지 비급여로 전환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급여화 논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제약사가 신청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검토,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 고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만 1년 이상 걸리며, 협상이 결렬되거나 경제성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수년간 지연되는 경우도 잦다.

특히 레테브모·투키사처럼 수천만 원대의 고가 약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파장이 커, ‘비용 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경제성 평가에서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허가 이후에도 실제 급여 혜택을 받기까지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