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에 강력한 맞수가 등장했다. 미국 라포르 테라퓨틱스(Rapport Therapeutics)의 ‘RAP-219’이다.

라포르는 지난 9월 8일(현지 시간), ‘RAP-219’의 2a상 임상시험(시험명: RAP-219-FOS-201)가 주요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는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해당 시험은 반응성 신경자극기(RNS)가 이식된 약물 내성 국소 경련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RAP-219’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단일군 연구였다.

이는 RNS를 이식하고 기존 치료제를 투약해도 경련 증상을 관리할 수 없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RAP-219’를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해당 증상의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전기 활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경련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완치는 불가능하므로 경련 증상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약물 치료는 주로 항경련제(AED) 투약이다. 다만 발병 원인이 매우 다양한터라 이렇다 할 단일 치료제가 아닌 의료진의 지도 하에 여러 약물을 병용하며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

약물 병용 투약에도 경련 증상을 관리할 수 없으면 RNS 이식이 고려된다. RNS는 경련 발생 전후의 뇌 전기 활동을 감지하여 적절한 전기 자극을 통해 증상을 억제하는 장치다.

문제는 RNS 이식과 여러 약물을 복용해도 경련 증상이 관리되지 않는 경우다. 과거에는 기존 치료제를 투여하며 증상이 완화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는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12월 발표된 ‘세노바메이트’의 후향적 관찰분석 연구 결과, ‘세노바메이트’ 투약 이후 경련이 절반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55%였다.

때문에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RNS 이식 약물 내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RAP-219’가 2a상에서 ‘세노바메이트’를 능가하는 데이터를 보이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포르 측의 발표에 따르면, ‘RAP-219’ 투약 이후 경련 증상이 절반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72%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에 따라 8일 라포르의 주가는 전 거래일(9월 5일) 종가(14.36 달러) 대비 무려 219% 급등한 31.47달러로 마감했다.

다만, 이 약물은 아직 한계도 분명했다. 2a상의 환자 수가 30명에 불과한 소규모 임상이라는 점이다. ‘세노바메이트’가 대규모 환자 대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것과 달리 ‘RAP-219’의 효과는 아직 예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따라서 ‘RAP-219’의 관건은 3상까지 그 유효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라포르 측은 오는 2026년 3분기에 ‘RAP-219’의 3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3상에 성공한다도 해도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업화는 오는 2030년은 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세노바메이트’는 신경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나트륨 채널과 신경을 억제하는 감마 아미노뷰트릭 산(GABAA)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기전이다. 반면 RAP-219는 TARPγ8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로, TARPγ8은 뇌전증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경 세포 AMPA 신호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앞서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엑스코프리’(Xcopri)와 ‘온토르지’(Ontozry)라는 제품명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