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불법으로 개설·운영된 의료기관과 약국이 16년간 1700곳 넘게 적발됐지만, 환수 금액 대부분은 여전히 회수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불법 개설 기관으로 적발된 곳은 총 1775개였다.

같은 기간 환수 결정 금액은 2조9104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징수된 금액은 8.45%인 2461억원에 그쳤고, 나머지 2조6643억원은 회수되지 못했다.

기관별로 보면 요양병원이 1조1711억원으로 미징수액 비중이 가장 컸고, 이어 약국 6528억원, 의원 3959억원이 뒤를 이었다.

징수율이 저조한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친 수사가 꼽힌다.

불법 개설 기관 경찰 수사 의뢰 건수는 2020년 65건에서 2024년 415건으로 6배 이상 늘었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사에 평균 11개월이 소요됐다. 3개월 안에 끝난 사건은 5%에 불과했으며, 최장 4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관들은 부당 청구를 이어가고, 재산을 빼돌리거나 도피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져 피해가 커졌다.

불법 개설 기관은 의료 행위의 질마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2012~2023년 불법 개설 기관과 일반 기관을 비교한 결과, 외래 환자의 항생제 처방률은 불법 개설 기관이 약 1.5배 높았다.

항생제 남용은 내성균을 키워 환자 치료를 어렵게 하고, 특히 고령·중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이 직접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 수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실제로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79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며, 정부 역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2027년까지 도입을 목표로 담았다.

다만 의료계가 “과도한 수사권 남용으로 의료 현장이 탄압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