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위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정부가 처음 실시한 청소년 대상 시범조사에서 불법 마약류 사용 경험뿐 아니라 처방약 오·남용 실태까지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설계 및 시범조사'(2024)에 따르면, 만 14~24세 청소년과 초기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불법 마약 사용 경험자는 전체의 1.3%에 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약 관련 조사의 특성상 피조사자들이 처벌을 의식해 사실대로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규모는 통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처방약물 오·남용이다. ADHD 치료제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5명(11.2%)이었으며, 이 중 75명은 복용 지침을 어겼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불법 마약보다 처방약을 경로로 한 남용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 마약류 사용자들의 첫 사용 연령은 평균 13.2세였다. 이 가운데 43.5%는 "불법마약을 사용할 때 중독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첫 사용 이유로는 '질병 치료 목적'(30.4%), 첫 경로로는 '병원·약국'(56.5%)을 꼽았다. 단순 호기심이나 친구 권유가 아니라 제도권 의료 체계에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한편, 본인 경험 대신 '친구나 지인 사례'로 답하는 간접 경험도 적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친구·지인이 불법 마약을 사용했다고 답한 청소년은 45명(2.5%)이었고, 처방약물을 오용한 경험이 있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154명에 달했다.

최보윤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온라인 시범조사에서 불법 마약류 사용 경험을 밝힌 청소년 비율이 상당 수준 나타났다"라며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위기 단계에 진입한 만큼 복지부는 심층분석을 조속히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