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보다 부작용 위험이 낮은 차세대 치매 치료제가 개발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스위스 로슈(Roche)는 9월 12일부터 자사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트론티네맙’(trontinemab)을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시험명: TRONTIER 1)의 환자 모집을 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험은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혹은 이로 인한 경도 치매)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트론티네맙’과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대상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을 방해하여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트론티네맙’은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여 그 활성을 저해하는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특히 ‘트론티네맙’와 같은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지금으로서는 알츠하이머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일본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젠(Biogen)의 ‘레켐비’다. 지난 2023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레켐비’는 허가 직후 블록버스터 의약품 등극이 이미 예약된 기대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는 ‘레켐비’ 허가 6개월 뒤인 2023년 7월, 오는 2028년 매출을 무려 129억 달러(한화 약 17조 8700억 원)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레켐비’의 현재 매출은 시장의 전망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전망치였던 3억 70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 원)을 하회하는 2억 8000만 달러(한화 약 3800억 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민망했던 것일까. 17조 원 수준의 매출을 전망했던 글로벌 데이터는 어느 순간 해당 게시물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레켐비’의 상용화를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 위험성이다. 투약 시 뇌출혈이나 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뇌 영상 이상(ARIA)을 유발하면서 이런 저런 조건이 추가돼 실제 투약까지의 과정은 매우 까다롭게 됐다.

이에 따라 한때 열광적인 관심을 모았던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로슈의 ‘트론티네맙’이 그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로슈는 올해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 학회(AAIC)에 참가하여 ‘트론티네맙’의 1b/2a상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트론티네맙’을 투약 받은 환자의 91%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음성 반응을 보였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균일하게 일정 기준 이하로 검출된 것이다. 환자의 72%는 아예 심층 제거(deep clearance)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트론티네맙’의 ARIA 발생률은 5% 미만에 그쳤다. ‘레켐비’가 21%의 ARIA 발생률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는 ‘트론티네맙’이 로슈의 새로운 플랫폼 기술인 ‘브레인셔틀’(Brainshuttle)에 기반하여 개발된 덕택이다. 때문에 항체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적은 용량으로 뇌혈관장벽(BBB)을 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트론티네맙’이 상용화될 경우, ‘레켐비’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치매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론티네맙’ 3상 임상의 1차 평가변수 예상 도출 시점이 2028년 7월인 점을 고려하면, ‘트론티네맙’은 2029년 경 허가를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트론티네맙’은 한국 시장에도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로슈가 ‘트론티네맙’의 3상 시험(시험명: TRONTIER 1)을 국내에서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식약처는 이달 9일 ‘트론티네맙’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