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의원과 병원의 1차의료 역할이 사실상 겹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환자 3명 중 1명이 의원이 아닌 병원에서 첫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1차 진료에서 클리닉과 병원 사이의 중첩 역할 증거(Evidence of Overlapping Roles Between Clinics and Hospitals in Primary Care)에 따르면, 2021년 신규 고혈압 환자 59만9955명 중 82.5%(49만4911명)는 의원, 17.5%(10만5044명)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의 경우 66.6%(13만311명)는 의원에서, 33.4%(6만5357명)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처음 진단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규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병원 진단 비율을 고려하면, 병원이 최대 18~34%까지 1차 진료의 역할을 수행함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의원과 병원 간 경쟁은 의사 1인당 신규 진단 건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의 경우, 소규모 병원이 의원보다 의사 1인당 신규 진단 환자가 더 많았다. 이는 소규모 병원이 1차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진료 중복은 의료기관별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구조 탓이 크다"며 "환자가 원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고, 한국 사회에서는 병원 진료가 의원보다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해 상위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1차 의료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하여 "병원에 머무는 환자가 다시 의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의원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국가 질 평가 프로그램(National Quality Assessment Program)의 공개 범위를 소규모 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