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호르몬 요법 내성 유방암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개발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미국 화이자(Pfizer)는 지난 8월 15일부터 자사의 KAT6A 억제제 후보물질 ‘PF-07248144’을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험은 HR 양성·HER2 음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PF-07248144’와 호르몬 요법제 ‘파슬로덱스’(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의 병용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정된 시험의 1차 평가변수 도출일은 2027년 7월 22일이다. 화이자가 그 이후 규제 당국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허가 시점은 2028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유사

대상 질환인 HR 양성·HER2 음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은 1차 호르몬 요법 후 내성을 나타내는 유형이다. 현재까지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인터라 세포독성 항암제를 제외하곤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업계는 이에 따라 새로운 HR 유방암 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부상한 여러 타깃 중 하나가 바로 KAT6A다.

KAT6A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여 세포 성장 및 생존에 관여하는 효소다. 1996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환자의 염색체를 조사하던 중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호주 멜버른에 소재한 바이오기업 온콜로지 원(Oncology One)은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2000년대 초반 KAT6A 억제제 개발에 나섰다. 이후 2010년대 중반에는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CTx-648’이라는 코드명을 부여했다.

사냥감 노리던 화이자, 호주 기업 약물 권한 획득

이를 눈여겨 보던 화이자는 2018년 온콜로지 원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약물의 권한을 획득, ‘PF-07248144’로 코드명을 변경했다. 2년 뒤인 2020년에는 1상 임상시험에 착수하면서 개발을 본격화 했다.

화이자의 기대를 증명하듯 ‘PF-07248144’은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호르몬 요법 내성 유방암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화이자가 올해 5월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1/2a상 결과에 따르면, ‘PF-07248144’+‘파슬로덱스’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각각 37.2%, 10.7개월이었다.

세포독성 항암제의 ORR과 PFS는 각각 31.5% 및 8.7개월로, ‘PF-07248144’+‘파슬로덱스’ 병용요법과 비교할 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세포독성 항암제는 상당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관건은 3등급의 중증 이상반응을 환자가 견딜 수 있느냐다. 반면 ‘PF-07248144’+‘파슬로덱스’ 병용요법은 큰 부작용 없는 경구제이므로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따라서 ‘PF-07248144’가 상용화된다면, 세포독성 항암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르몬 요법 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10월 ‘PF-07248144’의 1/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신약은 다국가에서 진행되는 임상 3상을 마치면 한국 시장에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