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MSD의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랄루-DXD’(Ralu-DXD, Raludotatug deruxtecan)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SD는 오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랄루-DXD’의 2/3상 임상시험(시험명: Rejoice-Ovarian01) 중간분석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해당 시험은 백금 저항성의 고등급 난소암, 원발성 복막암, 난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랄루-DXD’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다국적 연구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랄루-DXD’의 주요 대상 질환은 난소암이다. 난소암은 지금까지도 표적 항암제나 면역 항암제가 아닌 세포독성 항암제, 그 중에서도 백금 기반 항암제가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 중 하나다.

백금 기반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환자라면 부작용에 시달려도 치료에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문제는 일부 환자가 백금 기반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는 비백금 기반 항암제를 투약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치료 반응률은 약 10%에 불과하며 무진행 생존기간도 3~6개월 남짓이다. 현재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높은 영역이다.

‘랄루-DX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CDH6 표적 ADC다. 난소암 세포 표면에서 과도하게 발현되는 CDH6에 결합하여 국소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를 전달하는 기전이다.

블록버스터 기대주 혹은 빛 좋은 개살구

실제로 ‘랄루-DXD’는 유효성 측면에서는 두드러진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1상 임상시험에서 백금 저항성 말기 난소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투약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 46%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50명의 환자 중 최고 용량인 8 mg/kg을 투여받은 2명은 투약 이후 간질성 폐질환이 발생하여 결국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반응을 비율로 환산하면 4%로, 보통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말기 환자 대상 임상에서 일정 수준의 부작용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랄루-DXD’는 최고 용량에서 사망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MSD에게는 최적 용량 탐색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MSD가 현재 진행 중인 2/3상 임상 Rejoice-Ovarian01에서는 8 mg/kg보다 낮은 용량에서도 1상에서 확인된 ORR 46% 수준의 유효성을 유지하면서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만약 ‘랄루-DXD’가 낮은 용량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현재 난소암 치료에 뚜렷한 옵션이 부재하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숨에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랄루-DXD’가 낮은 용량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블록버스터는 커녕 허가 관문 통과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겉보기에는 유효성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사망 위험도 높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오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랄루-DXD’는 본래 일본 다이이찌 산쿄(Daiichi Sankyo)가 개발한 것으로, MSD는 지난 2023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랄루-DXD’의 권한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