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섬유 및 화학 분야를 넘어 K-뷰티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번 인수는 태광산업의 사업 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고 국내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실적과 신뢰, 소액주주 권익 등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21일 티투프라이빗에쿼티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주식 1667만2578주를 약 47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중 태광산업은 50% 지분을 부담해 2350억원에 833만6289주를 확보했다.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발행 주식의 약 63.1%를 소유하게 되며, 태광산업의 지분율은 31.56%에 달한다. 모든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2월 19일 매각이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애경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화장품 시장의 ‘뷰티 빅3’로 꼽힌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에이지 투웨니스(Age 20’s)’,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와 ‘케라시스’, ‘2080’ 생활용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창립 이래 섬유 및 석유화학 제품 제조에 집중해왔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전략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로드맵을 통해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신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은 최근 몇 년간 성장세 둔화와 실적 하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91억원으로 정체됐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 6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점을 주요 과제로 지적한다. 최근 중국 시장 경기 둔화와 규제 강화로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태광산업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주주에게 집중되는 반면 소액주주 보호 장치는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브랜드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과거 가습기살균제 관련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소송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애경산업에 가습기살균제 독성 성분 은폐 및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과징금 1억6100만원과 공표명령을 내렸으나, 애경산업은 이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재 확정 후에도 공표 의무를 지키지 않아 공정위는 지난 6월 고발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소송 측면에서는 배상 규모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천식’ 피해가 가습기살균제 질환으로 공식 인정될 경우 배상금이 700억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가습기살균제 소송은 애경산업이 판매한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고, 상당수의 피해자가 발생해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이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경영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산업 측은 애경산업 인수 이후 회사명 변경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라며 “향후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거치며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등 과거 논란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화장품뿐 아니라 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국 다각화를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