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한미사이언스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이 세계적인 권위의 암 학술대회에서 다수의 차세대 항암 신약 후보물질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번 발표는 기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과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AACR-NCI-EORTC 2025’ 국제 암 학술대회에서 EP300 선택적 분해제,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HM101207), STING mRNA 항암 신약, p53 mRNA 항암 신약, YAP/TAZ-TEAD 저해제 등 총 5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 처음 공개된 EP300 선택적 분해제는 한미약품의 표적 단백질 분해(TPD)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EP300 단백질에 의존하거나 CBP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EP300과 CBP 단백질은 정상 세포에서는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지만, 특정 암에서는 EP300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단백질의 높은 구조적 유사성으로 인해 EP300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약물 개발은 난제로 여겨져 왔다.

한미약품은 EP300 선택적 분해제가 EP300 의존성 세포주 및 CBP 변이 세포주에서 항종양 활성을 나타냈으며, 전립선암 동물 모델에서는 기존 치료제 및 이중 저해제 대비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수한 대사 안정성과 경구 투여 가능성을 바탕으로 EP300 의존성 암 및 CBP 변이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른 연구 발표에서는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HM101207)의 효력이 공개되었다. 이 후보물질은 암을 유발하는 KRAS 변이 활성화를 막기 위해 신호 전달 과정의 핵심 단백질인 SOS1과 KRAS의 결합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저해제다. HM101207은 다양한 KRAS 변이와의 결합을 저해하여 암 성장을 억제하며, 기존 KRAS 표적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다른 RAS-off 저해제와의 병용 요법에서 강력한 항암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으며,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표적 특이성과 약물 상호작용 최소화 특성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항암제 병용 전략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또한, 한미약품은 차세대 모달리티로 주목받는 mRNA 플랫폼 기반 면역항암 신약 연구 성과도 발표했다. STING mRNA 항암 신약은 STING 단백질 발현을 유도하여 강력한 항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치료제로, 면역 반응의 시작점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가 면역관문 억제제를 통해 T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에 집중해 온 것과 달리, STING mRNA 항암 신약은 대장암 및 폐암 동물 모델에서 단독 투여만으로도 유의미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p53 mRNA 항암 신약은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을 정상적으로 발현시켜 암세포의 자멸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폐암 및 난소암 동물 모델에서 암세포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특히 탁셀 계열 화학요법과의 병용에서 우수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파클리탁셀 저항성 세포주에서도 유효한 약효를 보여 내성 극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은 Hippo 경로 변이 암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YAP/TAZ-TEAD 신호를 조절하는 YAP/TAZ-TEAD 저해제의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이 후보물질은 중피종 세포주에서 우수한 성장 억제 활성을 보였으며, 동물 모델에서는 항종양 효력과 표적 유전자 억제 능력이 확인되었다.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 또한 나타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한미약품의 항암 파이프라인은 표적 단백질 분해, mRNA,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모달리티 분야로 혁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차세대 모달리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강력한 추진력을 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