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중국에서 유한양행의 3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 10월 28일 중국 화동(Huadong)의 신개념 TKI ‘마이루이동’(Mairuidong, 성분명: 미파네르티닙·mifanertinib)을 품목허가했다. 대상 적응증은 국소 진행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EGFR 엑손 21(L858R) 변이 환자의 1차 치료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적응증은 ‘렉라자’와 동일하다. ‘렉라자’는 올해 7월 해당 적응증에서 미국 얀센(Johnson&Johnson)의 이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amivantamab)와의 병용요법으로서 NMPA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따라서 ‘렉라자’는 중국에서 허가 3개월 만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신개념 TKI 대 강력한 병용요법

NSCLC 치료제 시장은 그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osimertinib)가 주름잡고 있었다. 이 약물은 2024년 전 세계적으로 65억 달러(한화 약 8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거두었다.

하지만 ‘타그리소’ 시대는 머지않아 저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더 개선된 만큼, 앞으로 ‘타그리소’의 독점 지배가 아닌 경쟁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측한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타그리소’의 중국 매출은 약 15억 위안(한화 약 3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과 화동의 ‘마이루이동’이 잇따라 허가를 받으면서 당분간 시장 경쟁은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관건은 향후 두 후발 주자 중 어느 약물이 중국 NSCLC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하느냐다. 아직 ‘마이루이동’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예측이 쉽지 않지만, 각 약물의 작용 기전을 토대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다.

먼저 ‘마이루이동’은 NSCLC의 주요 변이인 EGFR와 HER2까지 표적하는 신개념 TKI다. 타깃 중 하나인 HER2는 NSCLC 변이에서 고작 2~4% 남짓 차지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EGFR 표적 치료 후 저항성의 요인으로서 HER2가 증폭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주로 HER2를 항체 약물로 표적하는 접근법을 구상하고 있는데, 화동은 이와 달리 EGFR와 HER2를 TKI로 동시에 표적하는 ‘마이루이동’을 선보인 것이다. 현재까지 EGFR+HER2 표적 TKI는 ‘마이루이동’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경우, ‘리브리반트’는 항체의 선택성을 활용해 EGFR과 MET을 동시에 표적하는 것이며, ‘렉라자’는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 기전을 통해 EGFR를 저해하는 기전이다.

이때 MET 증폭은 EGFR 표적 치료의 저항성을 높이는 주범으로 알려진 만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저항성 발생 가능성까지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마이루이동’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모두 EGFR 표적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저항성까지 고려한 전략인 셈이다. 다만 현재로서 EGFR 치료 저항성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MET 증폭이 꼽힌다. 이에 따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마이루이동’의 EGFR+HER2 표적 억제 기전은 기존에 잘 조명되지 않았던 기전인 만큼, 추후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