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중국이 전세계 임상시험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임상시험 수행 기업도 중국 기업이었다. 인공지능(AI)뿐아니라, 임상시험 분야에도 중국 기업의 압도적 우위가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임상은 전년에 비해 5.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약품 시장분석기관 사이트라인(CITELINE)이 지난달 발간한 ‘2025년 연례 임상시험 라운드업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시작된 글로벌 임상 1상~3상 시험 건수는 총 1만 503건으로 이전 년도인 2023년(9959건) 대비 5.5% 증가했다. 이 중 기업이 의뢰한 임상은 7048건으로 이전 년도(6801건)에 비해 3.6% 늘었다.

2024년 시작된 임상시험을 적응증별로 보면, 종양학은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종양학 임상시험 성장률은 2023년 약 9.5%에서 2024년 약 5%로 둔화되었지만, 이 분야는 전체 임상시험 시작의 37.2%를 차지했했다.

이는 T세포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ADC), 이중특이성 항체 및 방사성 의약품과 같은 신약 범주의 부상이 종양학을 선두 분야로 유지시켜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응증이 두 번째로 큰 분야는 중추신경계(CNS)로, 2024년 14.7% 증가했다. 이 분야는 통증, 우울증 및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연구가 증가했다. 높은 미충족 수요와 에자이(Eisai) 및 바이오젠(Biogen)의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키순라(Kisulna, 성분명: 도나네맙·donanemab)’와 같은 알츠하이머(치매) 약물 승인을 장려하는 파급 효과가 CNS 붐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법도 2024년 세포 및 유전자 치료법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14.6% 증가했다. 특히 심혈관 질환 임상시험은 15.6% 증가해 모든 치료분야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희귀질환 임상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은 희귀질환 범주에서 2024년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시작된 분야로 2023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사이트라인은 “전반적으로 혁신에 중요한 인공지능(AI) 및 기타 디지털 발전이 약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어 향후 기업간 거래 뿐 아니라 데이터 공유 플랫폼 등에서 더 많은 파트너십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동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 제약 기업들의 역량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더 많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4년 시작된 국가별 임상시험 현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독주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중국에서 시작된 임상시험은 전년에 비해 10%가 증가한 5075건을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임상의 80%를 넘는 수치로 세계 1위다. 2위인 미국(2758건)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은 영국의 아스크라제네카(AstraZeneca)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시작한 기업으로 기록됐다. 2024년에 시작된 임상시험만 132건에 달해 이전 년도 5위에서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사이트라인의 ‘Pharma R&D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항서제약은 20개 이상의 국제 연구를 포함, 400개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미국 머크, 영국 GSK와 대규모 기술이전 거래를 체결했다.

2024년에 시작된 기업 주도 임상시험 상위 10대 기업 순위를 보면, 스위스 로슈와 미국 BMS, 스위스 노바티스는 이전년도에 각각 3위, 6위, 9위 였으나 이번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각각 12위, 13위, 16위를 기록했다. 새롭게 10위권에 중국 CSPC Pharma(7위), 영국 GSK(9위), 독일 베링거잉겔하임(10위)이 진입했다. 상위 10위권에 중국기업만 3개(항서제약, 시노바이오팜, CSPC)가 포함됐다. 이 정도면 전 세계 임상시험 시장을 중국이 휩쓸고 있는 형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