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의약품 공급여부를 놓고 한약사와 약사 간 직역 갈등이 의약품유통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약사 개설 약국들이 경상도, 경기도 지역 일부 의약품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법령 해석 권한이 없는 민간 기업일 뿐인데, 직역 간 해석 차이로 인해 고발까지 당하는 상황은 부당하다"며 "공급 여부를 놓고 협회 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안은 대한약사회가 유통업체에 '한약사 약국에 일반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공급 자제를 요청한 것에서 비롯됐다.

반면 한약사협회는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약국에 공급을 거부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공급을 해도, 하지 않아도 어느 쪽으로부터든 압박을 받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약국에 공급을 거절하지 말라"는 공문을 유통업계에 발송했지만, 동시에 '면허 범위 내'라는 단서를 달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실제 복지부 공문을 놓고 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한약사는 일반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약사 측은 약국 개설자로서 일반약 판매는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어 중간에서 의약품유통업체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의약품유통업계는 이 같은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의약품 공급망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한편공급 여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한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들직역 갈등에 '공급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샌드위치 신세인 만큼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

한편,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로 제약사가 고발당했지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번 사안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