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다이어트약 전문병원을 차려 제약사·약사들과 조직적으로 결탁해 수억대 리베이트를 챙긴 일당이 경찰 수사 끝에 적발됐다.

처방전 대가를 주고받으면 처벌하도록 한 의료법·약사법 개정 이후 적용된 첫 사례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의사 A씨와 마케팅 업자 등 7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범죄수익금 약 16억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또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도매상과 약사 7명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지난 2020년 서울 명동에 다이어트약 처방 전문병원을 처음 개설한 뒤 이익이 커지자, 강남과 구로에 추가로 병원을 열었다.

세 병원 모두 명의상 의사는 있었지만 사실상 비의료인인 마케팅 업자들이 운영을 주도한 ‘사무장병원’ 형태였다.

강남 병원은 최근 폐업했으나 구로와 명동 병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이들은 환자를 빠르게 모으기 위해 비교적 단기간 체중 감소 효과가 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최대량을 처방했다.

과량 처방으로 인해 일부 환자가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병원 측은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케팅 업자들은 허위 치료 후기와 과장된 체험담을 온라인 커뮤니티·포털사이트 등에 게시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해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도 했다.

유명 다이어트 병원을 몰래 탐색해 약물 구성이나 처방 방식을 모방하는 등 환자 유치 수법도 다각도로 사용했다.

병원은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들과 독점계약을 맺고 처방 약 판매 수익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같은 방식으로 수령한 약국 리베이트는 202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6억원에 달했다. 제약사 도매상으로부터는 별도로 약 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가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조직적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병원 개설 자금을 ‘차용금’으로 둔갑하고, 허위 투자약정을 작성했으며, 리베이트는 ‘투자금 변제’ 명목의 금융거래처럼 조작했다.

퇴사 직원들에게는 비밀준수협약서를 요구하며 내부 신고를 막으려 한 자료도 압수됐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지난해 6월 병원과 약국 등을 압수수색하며 전방위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험담 등 과도한 광고만 믿고 다이어트약에 의존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진의 전문성, 자신의 상태, 약물 부작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