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이름도 일양 인데...'

80년 역사의 전통 제약기업 일양약품이 비 종속 회사를 종속회사로 분류해 연결 재무제표에 영업실적을 과대 계상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 포함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일양약품은 관련 문제의 개선 및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으나 관련 법규에 대한 해석에 따져볼 여지가 있고, 특히 위반의 고의성에 대해선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9월10일 일양약품이 중국법인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에 대해 종속회사가 아님에도 자사 연결 재무제표에 영업실적을 반영, 매출 등을 과대 계상했다며 검찰고발 조치하는 등 문제 삼았다. 이를 토대로 거래소 기업심사위는 지난 11월4일 일양약품을 상장적격성 유지에 대한 심의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2026년 3월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일양약품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인 'K-IFRS제1110호'에 대한 해석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준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보유하는지 여부에 관해 특정한 수치에 기반하지 않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배력이 있다는 것은 △피투자자에 대한 힘이 있고 △피투자자에 관여함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변동될 수 있으며 △자신의 이익금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피투자자에 대해 자신의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양약품은 'K-IFRS제1110호'의 지배력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 보면 중국법인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대해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 이다.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은 일양약품이 각각 1997년과 1994년 중국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며, 통화일양은 원비디(인삼드링크) 생산 및 판매를, 양주일양은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 생산을 담당한다.

통화·양주일양의 매출 대부분은 일양약품 제품의 판매에서 나오는 등 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통화일양의 경우 매출 100%가 일양약품의 원비디이며, 인삼엑기스 수입 거부전까지는 원재료를 공급받는 등 일양약품의 도움 없이는 제조가 불가능했다.

양주일양 제품 또한 의약품으로 인허가상 다른 원재료를 쓸 수 없고 사용을 하려해도 재임상을 해야 하는 등 물리적인 시간이 상당히 소요돼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매출의 98% 이상이 일양약품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일양약품은 통화·양주일양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상표권 등 배타적인 권리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일양약품은 그동안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에 대한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왔다. 모회사가 종속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경우 종속회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모든 재무사항을 하나로 합쳐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반면 관계기업은 지분법이익으로만 실적에 반영한다.

또한 통상 종속기업 또는 관계기업 분류는 지분율로 따진다. 보유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다만 지분율이 50%가 안 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을 좌지우지할만한 지배력이 있다고 보면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다.

통화일양은 2024년 기준 일양약품이 지분 45.9%를, 오너일가인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9.4%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34% 지분은 중국 청산측이 갖고 있다. 같은 기간 양주일양에 대한 일양약품의 지분은 52%다. 나머지 48%에 해당하는 지분은 중국 고우시가 보유하고 있다.

중국법인 2곳의 이사회를 보면 정도언 회장이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에서 각각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또 정유석 사장과 김동연 부회장이 통화일양과 양주일양 동사로 올라 있다. 이에 따라 일양약품은 중국법인 2곳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일양약품은 특히 회계기준위반에 대한고의성의심에 대해 결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양약품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지배력' 보유 여부, 즉 연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기준서 제 1110호를 도입해 2014년부터 외부감사인이었던 신한회계법인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신한회계법인의 의견을 수용, 통화일양·양주일양에 대해 연결 회계처리를 했으며, 연결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일양약품 한 관계자는 "결코 회계기준을 위반하려는 고의나 불순한 의도도 개입된 바 없기에 현재 이러한 점을 행정소송을 통해 적극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다만,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감독당국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여러 개선 조치를 통해 회사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