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240mg 표준 용량 치료 요법이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에는 과잉 치료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 변수는 GSTM1 유전자형으로, 이 유전자가 결손된 환자는 표준 용량 투여 시 약물 노출이 2배 이상 치솟아, 효능 이득 없이 불필요한 독성과 막대한 약제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병원, 라드바우드 대학병원, 위트레흐트 대학병원, 그로닝겐 대학병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Cancer Chemotherapy and Pharmacology’를 통해 GSTM1 유전자형을 통한 렉라자 치료 최적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 용량(One-Dose-Fits-All)’을 투여하는 방식의 렉라자 240mg(240mg 1정 또는 80mg 3정) 1일 1회(QD) 고정 용량 접근법은 심각한 임상적,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으며, GSTM1 유전자형에 따라 렉라자의 1일 투여 용량을 줄이거나, 투여 주기를 늘리면 효능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독성 위험과 약제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연구 결과의 골자다.

3상 MARIPOSA 임상시험에서 아미반타맙과 병용요법으로 오시머티닙 대비 우월한 생존 기간을 입증하며 1차 표준 치료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독성과 비용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MARIPOSA 임상에서 3등급 이상 중증 이상반응(AEs) 발생률은 75%에 달했으며, 이에 따라 환자의 30% 이상이 치료를 중단한 바 있다. 연간 1인당 치료 비용(미국 기준)도 50~60만 달러(약 6~8억 원)로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GSTM1’ 유전자 다형성을 지목했다. GSTM1 효소는 렉라자의 주요 대사 경로 중 하나다. 백인과 동양인의 경우, 인구의 약 50%가 이 효소 기능이 없는 ‘GSTM1 결손형(null)’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이들 GSTM1 결손형 환자는 동일한 240mg의 렉라자를 투여해도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져, GSTM1 기능형(non-null) 환자 대비 혈중 약물 최저 농도(C trough)와 평균 농도(C average)가 각각 2.14배, 1.78배 더 높았다.

혈액 내로 흡수되는 약물이 더 많은 만큼 효과도 더 뛰어나면 좋겠지만, 렉라자의 효능은 240mg 용량에서 ‘정체(plateau)’에 도달해 약물 노출이 2배로 증가해도 추가적인 임상적 이점이 없다. 반면 발진, 구내염 등 주요 독성은 약물 노출과 유의미하게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GSTM1 결손 환자(전체의 50%)에게 렉라자를 1일 240mg 표준 용량으로 투여하는 것은 추가 효능 혜택 없이 불필요한 독성 위험에만 2배로 노출시키는 과잉 치료에 해당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FDA와 유럽 EMA에 제출된 1389명 대상의 검증된 집단 약동학 모델을 활용, GSTM1 결손 환자를 위한 대안적 용량 전략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렉라자 1일 투여 용량을 160mg으로 줄이거나, 렉라자 240mg을 격일로 투여하는 두 가지 대안이 도출됐다.

160mg을 매일 투여(QD)한 경우, 약물 노출(GMR)이 참조 기준(GSTM1 기능형 환자의 240mg QD) 대비 1.19~1.43배로, 여전히 과다 노출 경향을 보였다.

이와 달리 240mg을 격일로 투여(EOD, 총용량 50% 감량)했을 때는 GMR이 0.89~0.90으로, 참조 기준과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수준(0.8–1.25)을 달성했다. GSTM1 결손형 환자에서 렉라자 240mg 격일 요법이 효능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독성만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약물 경제학적 분석에서는 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렉라자 240mg EOD 요법은 QD 요법 대비 약제비를 정확히 50% 줄여, 환자 1인당 비용 부담을 약 13만 286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8000만 원 낮췄다.

렉라자 160mg QD 요법은 80mg 2정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240mg 1정을 복용했을 때와 비교해 약제비 절감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GSTM1 유전자형 검사는 PCR로 5일 이내에 가능하다”며 “비용도 수백 달러 수준으로 렉라자와 관련한 부작용 관리의 높은 치료 비용을 고려할 때 (렉라자 투여 전 GSTM1 유전자형 검사는) 비용 효율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밀 종양학 시대에 렉라자 투여 시 GSTM1 상태를 간과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며 “렉라자의 유전자형 기반 투여는 효과적인 전신 노출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독성과 비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