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수십 명의 마약 중독자에게 프로포폴을 사실상 ‘무제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와 의원 관계자 등 7명이 항소심에서도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마약류 판매대금으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에 따라 추징금은 1심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9-1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서모씨와 서씨가 근무했던 A의원 개설자 40대 이모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상담실장 20대 장모씨는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 간호조무사 40대 길모씨는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모두 1심과 동일한 형량이다.

다만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크게 변경됐다.

1심에서는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혼합 투약해 이 둘을 구분할 수 없다”며 추징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매수자들이 지급한 돈은 프로포폴 판매 대가로 봐야 한다”며 1심 판결을 전면 뒤집었다.

에토미데이트는 당시 마약류가 아니었지만, 혼합 투약 여부와 무관하게 판매 대금 전액을 마약류 수익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씨의 추징금은 2억2000여만원에서 9억8000여만원으로, 이씨는 1억여원에서 14억4000여만원을 늘었다.

장씨와 길씨 역시 각각 7000만원 수준이던 추징금이 모두 14억4000여만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재판부는 “의료 종사자들이 범죄 조직을 구성해 역할을 나눠 중독자들에게 장기간 불법 투약을 반복했고, 막대한 이익을 취득했다”며 “다수의 중독자를 양산해 비난 가능성이 크고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서씨 등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에토미데이트를 수면·환각 목적의 중독자들에게 판매·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중독자 요구에 따라 투약량과 시간을 조절해 사실상 ‘원하는 만큼’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실제 투약한 적 없는 260명에게 총 8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처방한 것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