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종근당이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에 기술 수출한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이 심장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새로운 약물(코드명 ‘PKN605’)로 개발된다.

앞서 종근당은 2023년 11월 6일 공시를 통해 노바티스와 자사의 HDAC6 저해제인 ‘CKD-510’의 연구, 임상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노바티스가 이전 받은 권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결과, 노바티스는 현재 ‘PKN605’를 심방세동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등 주요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PKN605’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대조 평가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PKN605’는 노바티스가 별도로 개발 중인 심방세동 신약 후보물질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이 약물은 종근당이 기술 수출한 ‘CKD-510’이다.

종근당은 ‘CKD-510’의 1상을 완료한 후 노바티스에 기술을 이전했는데, 노바티스는 ‘PKN605’의 임상을 1상이 아닌 2상부터 시작한다.

이는 종근당이 진행한 전임상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종근당은 ‘CKD-510’의 심방세동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임상 결과, ‘CKD-510’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일어나는 미세소관 붕괴 억제를 통해 칼슘이온(Ca2+)의 이동을 정상화해 심방세동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좌심실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CKD-510’의 기전이다. HDAC6 저해제인 ‘CKD-510’은 심근세포 내 비정상 단백질 응집을 조절해 질환의 근본적 원인에 개입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부정맥 치료제들은 이온채널 차단을 통해 심장 전기 전도만을 일시적으로 조절하는 반면, ‘CKD-510’은 병태 생리의 상위 경로에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증상완화에 머물렀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신규 기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바티스는 왜 심방세동을 선택했나

흥미로운 점은, 종근당은 당초 ‘CKD-510’을 희귀 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CMT)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노바티스는 이를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 관련 전반으로 적응증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 역시 희귀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CKD-510’의 독특한 작용 기전 영향이다. ‘CKD-510’의 표적인 HDAC6은 세포 안의 세포질에 위치하며, 탈아세틸화(De-acetylation)라는 화학적 과정을 통해 세포의 성장, 분화, 대사, 항상성 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아세틸화(Acetylation)는 세포가 유전자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아세틸기(Acetyl Groups)라는 분자를 단백질 등에 붙이는 과정이고 반대로 탈아세틸화는 이 과정을 되돌리는 작용이다. HDAC6은 이 두 화학 반응을 통해 세포의 활성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HDAC6은 특히 세포 안에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비히스톤 단백질을 탈아세틸화한다. 이 효소는 심장, 간, 신장, 뇌 등 여러 조직에서 발현된다.

그러나 HDAC6이 비히스톤 단백질에 과도하게 작용하면 잘못 접히거나 접히지 않은 단백질이 축적되고 세포 소기관의 일종인 소포체(ER) 스트레스를 유도하여 관련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CKD-510’은 HDAC6을 선택적으로 저해하여 ER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설계되었다. 비히스톤 단백질이 심장, 간, 신장, 뇌 등 다양한 조직에서 발현되는 만큼, 이러한 조직과 관련된 여러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노바티스는 ‘CKD-510’를 ‘PKN605’라는 새로운 코드명으로 심방세동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심방세동 치료제 시장 자체는 약 5억 달러(7300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심방세동은 뇌졸중 유발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이는 약 250억 달러(한환 약 36조 5000억 원) 규모의 2차 항응고제 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근당은 올해 5월, 노바티스가 미국 FDA에 ‘CKD-510’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함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기술료 500만 달러(한화 약 69억 원)를 수령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