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SK플라즈마가 인도네시아에 이어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하는 혈장 분획 제제 자급화 국가 전략 사업의 기술 수출 파트너로 최종 선정되었다.

SK플라즈마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튀르키예 적신월사(Kizilay)와 국가 필수 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혈장 분획 제제 플랜트 건설 및 합작회사 '프로투르크(Proturk)' 설립을 위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계약 체결은 양국 정상회담 기간 중에 이루어졌으며, 김승주 SK플라즈마 대표와 파트마 메릭 일마즈 적신월사 총재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하는 '혈액 제제 자급화 사업'에 한국 기업인 SK플라즈마가 참여하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SK플라즈마는 기술 이전료와 함께 프로투르크의 지분 15%를 확보하게 된다. 나머지 85%의 지분은 적신월사 산하 투자회사 키즐라이 야트림(Kizilay Yatrim)과 정부 기관이 보유하게 된다.

새로 설립될 합작회사 프로투르크는 튀르키예 앙카라 추부크(Cubuk) 지역에 연간 60만 리터 규모의 혈장을 처리할 수 있는 혈장 분획 제제 생산 시설 건설을 추진한다. 이 시설에서는 알부민(ABM), 면역글로불린(IVIG), 혈액응고인자 8인자제제(FVIII) 등 필수 혈액 제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SK플라즈마는 프로투르크에 혈장 분획 제제 생산 기술을 이전하고 기술료를 단계적으로 지급받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플랜트 부지 확보와 인허가 등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적시에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주튀르키예 정연두 한국대사는 외교 채널을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프로젝트 성사 과정에서 실질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계약은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성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설비 구축 전까지는 튀르키예에서 공급된 혈장을 원료로 SK플라즈마 안동공장에서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완제품을 위탁 생산(CMO)하여 현지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공장 완공 직후 현지 법인에서 의약품을 신속하게 생산 및 판매할 수 있도록 국내 안동공장에서 축적한 생산 경험을 기반으로 현지 기술진 교육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주주간 계약 체결은 인도네시아에 이은 두 번째 글로벌 혈장 분획 제제 플랜트 수출 프로젝트다. 튀르키예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보건 안보 프로젝트에 SK플라즈마가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은 생산 인프라 구축 경험과 제조 기술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성과로 분석된다.

SK플라즈마는 지난해 튀르키예 혈장 분획 제제 사업권 국가 입찰에 참여하여 다국적 제약사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적신월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 구조와 주요 사업 조건에 대한 협의를 이어왔다.

공장이 완공되면 튀르키예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혈장 분획 제제를 자급화할 수 있게 된다. 튀르키예의 혈장 분획 제제 시장은 약 5억 달러(한화 약 7,29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현재 수요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알부민 등 혈액 제제는 수술 및 응급 환자에게 사용되는 필수 의약품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자급화의 필요성이 높다.

파트마 메릭 일마즈 적신월사 총재는 "SK플라즈마와의 협업은 튀르키예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 주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혈장 분획 제제 생산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이전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SK플라즈마 측과 다양한 협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플라즈마는 각 국가 정부와 협력을 통해 현지에 플랜트를 구축하고 제반 기술을 전수하여 안정적인 혈액 제제 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튀르키예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법인의 지분 확보를 통해 기술 수출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플라즈마 김승주 대표는 "현지 인프라 구축은 혈장 분획 제제 주권 확보가 필요한 국가의 자급력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라며 "튀르키예 측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생산 인프라를 적시에 구축하는 한편, 필수 의약품 자생력 확보가 필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회를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플라즈마는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하는 혈장 분획 제제의 특성을 감안해 '현지 인프라 구축'과 '현지 혈장 활용 CMO 공급'의 투트랙 모델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대규모 설비 투자 필요성이 높은 국가는 현지 합작사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형태로, 싱가포르 정부와는 자국민의 현지 혈장을 확보해 CMO 방식으로 생산·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