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삼양식품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보유 자사주 전량을 헤지펀드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거버넌스포럼)은 이러한 결정이 자사주 매입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제도 개혁을 앞둔 시점에서 의도적인 처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6일 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삼양식품이 지난 20일, 약 994억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발행주식총수 1%)을 비리디언 에셋 매니지먼트, 점프 트레이딩, 바이스 에셋 매니지먼트 등 단기 투자 성격의 헤지펀드에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나흘 전의 일이다.
포럼은 시가총액 10조 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식품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받는 연기금이나 장기 투자자가 아닌,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자사주를 매각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김정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8명의 이사가 이사회 안건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는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거버넌스포럼은 삼양식품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025년 예상 이익 기준 25배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밸류에이션이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삼양식품이 2022년 2월,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취득했던 자사주를 약 3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소각이나 성과급 지급 대신 설비 투자 재원으로 전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양식품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상황에서 굳이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와 이사진이 994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각 대신 잉여 현금 흐름, 보유 현금 활용, 회사채 발행 등 다른 자금 조달 방법과 비교 검토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각은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로, 주주 가치 향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법 개정안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으며, 매각 대금은 중국 공장과 국내 설비 증설을 포함한 생산 투자에 사용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헤지펀드와의 거래에 대한 추측성 해석은 사실과 다르며, 블록딜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