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만치료제로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GLP-1 작용제 ‘위고비(Wegovy)’가 영토 확장에 실패, 만병통치약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24일(현지 시간), 알츠하이머에 대한 자사의 GLP-1 작용제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의 3상 임상시험(시험명: EVOKE Plus) 데이터를 발표했다. 세마클루타이드는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및 당뇨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주성분이다.

해당 시험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 임상은 국내에서도 실시되었다.

노보 노디스크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임상은 유효성 입증 실패했다. 약 2년간 ‘세마클루타이드’와 위약을 환자들에게 투약했음에도 인지 기능 개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중요한 연구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GLP-1 작용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현실과 충돌해 좌초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GLP-1은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체내 호르몬이다. GLP-1 작용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해 다양한 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 현재 비만 치료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GLP-1은 이뿐만 아니라 체내 염증 반응도 조절한다. 이러한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GLP-1 작용제는 한때 ‘만병통치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GLP-1 작용제는 대사질환 외에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증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며 이를 부분적으로 입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4년 8월 ‘위고비’를 심장 질환 보조제로 허가한 바 있다.

단,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으로만 한정되었다. 그럼에도 ‘위고비’를 비롯한 GLP-1 작용제의 잠재적 적응증 확장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대사 작용과 관련된 지방간염(MASH)은 물론,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관절염, 파킨슨병 등 무려 10개가 넘는 질환이 타깃으로 주목받았다.

알츠하이머 역시 이러한 목록에 포함되었다. GLP-1 작용제의 염증 완화 작용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흔히 보고되는 뇌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1억 1600만 명의 전자의무기록(EHR)을 분석한 결과 ‘위고비’ 투약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진단율이 40~70% 더 낮았다.

그러나 익명의 전문가들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찰 연구는 단지 경향성을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확증할 수는 없다”며 “가설을 적용할 때는 다양한 변수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점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사이토카인 억제제는 GLP-1 작용제보다 훨씬 높은 효과로 염증 반응을 완화한다.

따라서 특정 기전에 기반한 가설을 관련 질환에 적용하면, 사이토카인 억제제도 GLP-1 작용제처럼 알츠하이머 등 다른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령,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주어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질환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있다. 그렇다고 사이토카인 억제제가 곧바로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업계와 대중의 과도한 기대에 노보 노디스크가 맞장구친 결과”라며 “GLP-1 작용제는 여전히 다양한 질환에서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제공하지만, 그 한계는 명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