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메트포르민이 인슐린 외에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던 제1형 당뇨병에도 일정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호주 가반 의학 연구소(Garv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연구팀의 논문이 24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쳐(Nature)에 게재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연구팀이 겨냥한 질환인 제1형 당뇨병은 면역 세포에 의해 췌장 속 베타 세포가 공격을 받으면서 우리 몸이 인슐린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제2형 당뇨병이 인슐린 과다 생성으로 세포가 혈당에 둔감해지는 것과 달리, 제1형은 아예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치료 역시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투약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물론 의료인들은 종종 상황에 따라서 제2형 당뇨약인 메트포르민 병용 투여를 권장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전에 특허가 만료되어 수많은 복제약이 등장한 한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들의 잠재적인 인슐린 저항성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서 약 1만 3000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민을 오프 라벨(허가 외 적응증)로 처방받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을 막고, 장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감소시켜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독일 머크(Merck)의 ‘글루코파지’(Glucophage)로, 1995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메트포르민 투약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그 여부를 검증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 성인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메트포르민과 위약을 무작위로 투약했다. 연구의 평가변수는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이었다.

그 결과 예상과 달리, 메트포르민은 환자들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지 못했으며, 혈당 수준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다만 흥미롭게도 메트포르민을 투약한 환자들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인슐린 투여량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메트포르민이 세포가 혈당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높이거나 직접적으로 혈당을 낮추지는 않았지만,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체 인슐린 사용량을 줄인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투여군은 인슐린 투여량이 12% 정도 감소했다.

겨우 인슐린 투여량을 줄인 것이라고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 작은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 투여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인간이 이를 정확히 계산하고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인슐린을 과다 투여하면 저혈당 위험이 발생하고, 부족하면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과다 투여로 인한 저혈당을 대비해 사탕이나 당분을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따라서 메트포르민을 통해 인슐린 투여량을 12%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이런 부담에서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메트포르민이 어떠한 기전으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의 인슐린 투여량을 줄일 수 있는 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가반 의학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여 제1형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것을 향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