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세계적인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국내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이는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생산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생산 체제는 SK가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고, 완제품 제조는 별도의 파트너사가 담당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계획을 연내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 충북 세종 명학산업단지에 대규모 펩타이드 원료 생산 공장인 5·6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연면적 2만6410㎡ 규모로, 원료 제조동, 생산 공정 인프라를 갖춘 유틸리티동, 품질관리(QC) 및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 시험 생산 시설 등을 포함한다.

내년 6월 준공 후 연말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즉시 연간 수십 톤 규모의 펩타이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는 향후 수주 확대를 대비해 4공장에서도 일라이 릴리 납품용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일라이 릴리 본사 직원들이 SK 세종 공장을 방문해 2주간 설비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팜테코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CDMO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팜테코는 2015년 설립 이후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지의 글로벌 CDMO 기업들을 인수하며 세계적인 바이오 CDMO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한국, 미국, 유럽 등 총 5곳의 생산 기지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완제품 생산 단계에서는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 기술을 보유한 펩트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펩트론은 청주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 연간 최대 1000만 바이알의 지속성 주사제를 생산할 수 있는 cGMP 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일라이 릴리는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술 평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다음 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계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펩트론 측은 기술성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상업화 단계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와 펩트론이 일라이 릴리의 파트너로 고려되는 배경에는 두 공장의 지리적 인접성도 영향을 미쳤다. 세종과 오송에 위치한 두 공장은 냉장 보관이 필요한 펩타이드 운송에 용이하다.

일라이 릴리가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선택한 데에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생산 단가 경쟁력 강화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과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를 위한 생물보안법 시행 등은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원가 절감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특히, 미국 내 비만약 가격 인하 정책은 원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생산은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미국에 본사를 둔 SK팜테코를 CDMO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은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움직임 속에서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