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법원이 닭고기 업체들의 장기간 '가격 담합'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1750억원대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한 업체 측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최근 농업회사법인 사조원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조원은 이번 건으로 약 5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하림·올품·마니커·동우팜투테이블·사조원 등 총 16개 육계 업체가 2005년 말부터 2017년 중반까지 12년 동안 가격과 생산량, 냉동비축량 등을 반복적으로 조율했다고 판단해 총 175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기업들은 2020년 기준 시장 점유량 77%를 차지해 사실상 시장 전반이 담합에 연루된 셈이다.

이에 업체들은 처분 직후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지도를 근거로 정상적인 생산 조절 과정이었음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급 조절 행위는 사업자가 공동으로 생산량, 출고량 등을 결정한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관련 법령에 근거한 농림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뤄졌다거나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생산조절 요청에 대한 축산계열화법에 따른 의견수렴을 위해 사업자들이 ‘출고량 제한’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농림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생산 조정 기준을 정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하지도 않은 이 사건에선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조원과 대오는 기한 내 상고장을 접수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공정위는 다른 사업자들과 각각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대오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승소했고, 하림지주·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해마로 등 다른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