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도 뇌 손상과 신경 퇴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염 후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저하가 지속된다면 실제 신경 퇴행 과정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성한·이은재 교수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Distinct brain alterations and neurodegenerative processes in cognitive impairment associated with post-acute sequelae of COVID-19’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던 경증 확진자 2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160명에게 1차 분석을 수행한 뒤 109명을 추가 모집해 결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참여자는 ▲인지 장애가 있는 그룹(Cog-PASC) ▲인지 장애는 없지만 피로 등 다른 후유증을 겪는 그룹(Other-PASC) ▲후유증이 없는 그룹(NS-PASC)으로 나뉘어 혈액 단백질과 뇌 MRI 영상을 평가받았다.

분석 결과, 인지 장애를 호소한 그룹에서 뇌 구조 변화와 신경세포 손상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됐다.

MRI 영상에서 이들은 전대상피질과 섬엽의 대뇌 피질 두께가 다른 그룹보다 얇아졌고,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후두엽 피질에서는 철분 침착이 증가했다. 이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뇌세포 손상과 신경 퇴행을 일으킬 수 있는 소견으로 해석된다.

또한 뇌척수액을 생성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맥락얼기의 부피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점도 관찰됐다.

혈액 지표에서도 뉴로필라멘트 라이트와 GFAP 등 신경세포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수치가 인지 장애 그룹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손상 패턴은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다른 경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 장애 환자들에게서 치매의 핵심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수치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인지 저하가 시냅스 기능 저하, 뇌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특유의 경로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변화가 회복 가능한지, 혹은 앞으로 진행될 신경 퇴행의 초기 단계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인지 저하가 지속되는 환자들은 정기적인 인지검사와 뇌 영상 평가 등 장기 추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후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저하 등 인지 변화가 이어진다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객관적인 검사를 받는 것을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