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 펩트론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의 공동 연구 계약 기간 공시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은 최근 일라이릴리와의 공동 연구 계약 기간을 당초 '약 14개월'에서 '약 14개월, 최대 24개월'로 정정 공시했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인 '스마트데포'를 활용해 일라이릴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당초 공시에 따르면 이달 6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동 연구가 내년 10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거래소가 이를 인지하고 펩트론에 정정을 요구하면서 이번 정정 공시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펩트론은 공동 연구 예정 종료일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펩트론은 "양사가 특정 펩타이드의 스마트데포 제형에 대한 실험을 추가 진행하는 데 합의해 기술 평가 종료 시점이 일정 부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펩트론은 "계약 기간은 '평가 종료 시'로 돼 있어 계약 변경이나 별도 연장 계약은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공시 변경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펩트론이 최초 공시에서 계약 기간을 누락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라이릴리와의 공동 연구 종료 후 정식 라이선스 계약 체결 가능성은 펩트론 주가를 견인한 핵심 요인이었다.
펩트론 주가는 일라이릴리와의 공동 연구 계약 발표 전날인 지난해 10월 7일 4만9950원에서 지난달 28일 공지 시점 34만원으로 약 6.8배 상승했다.
펩트론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의 계약은 물질이전계약(MTA)이 아닌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이라며 "공시의 기간 관련 부분은 해당 시점에 거래소와 논의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종료 시점은 '평가 종료 시'로 돼 있고 평가 일정은 약 14개월로 예정됐으며, 평가 기간은 계약일부터 최장 24개월을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특정 물질에 대한 연구활동이 추가돼 양사 합의하에 평가기간이 늘어났으며, 거래소에 사전 검토를 받아 계약 변경이 없기에 정정 공시 대상이 되지 않음을 확인 후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펩트론의 기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펩트론이 일라이릴리와 함께 월 1회 투여형 GLP-1 주사제를 개발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카무루스(CAM2056), 멧세라(MET-097i) 등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후보들이 한발 앞서 임상 단계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경쟁 후보는 임상 1b·2b·3상 진입 등 상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어, 펩트론이 내년 공동 연구 종료 후 임상에 돌입하더라도 시장 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