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장 자동화 고도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연속제조공정, AI·디지털 기술의 적극 도입 등 제조·품질 전반의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노연홍)는 최근 창립 80주년 특별기획으로 'K-Pharma, 제조혁신 전략'을 주제로 한 제29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를 발간했다.

'K-Pharma의 도약과 제조혁신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 특별기고에서 박영준 아주대학교 교수(의약품제조혁신학회장)은 K-Pharma가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배치(batch) 생산의 한계를 넘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기술 등 디지털 기반 첨단 제조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준 교수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지난 수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K-Pharma'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각인되기 시작했다"면서도 "진정한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R&D 투자와 영업력에 의존하는 과거의 모델을 넘어 첨단 제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약품 제조혁신은 소수의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높은 초기 비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금융 및 세제 지원,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융합형 인재 양성은 K-Pharma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밝혔다.

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본부정윤 PL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제조·품질 혁신 현황 및 시사점'을 주제로, 협회 회원사 가운데 45개 기업의 61개 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혁신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사적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공장 운영의 디지털 인프라는 상당 수준 구축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업 규모에 따른 디지털 전환 수준의 격차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업들은 높은 설비 투자비용, 각종 시스템 간 연계의 어려움, 전문 인력 부족, 규제 불명확성 등을 주요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공장 자동화율 향상에 대한 투자 의지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연속제조 및 QbD(Quality by Design) 도입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과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야 활성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정 PL은 "제조·품질 혁신을 확산하기 위해 중장기적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하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며, 제조·품질 혁신 투자활동에 부합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며 "데이터·AI 기반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민관 협력 및 우수 사례 확산을 통해 산업 전반의 혁신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가은 첨단의료기술RnD기획팀장은 '의약품 제조혁신 정부 지원 정책과 제언'에서 "이미 글로벌 제약산업에서는 FDA와 EMA가 ICH Q13을 채택해 연속제조공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노바티스·얀센·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연속제조공정(CM)과 공정분석기술(PAT)을 적극 활용해 생산기간 단축, 품질 일관성 확보, 비용 절감 등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가은 팀장은 "국내 제약기업들은 첨단 제조혁신 기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설비 투자비용, 전문인력 및 기술 이해도 부족, 인허가 규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실제 도입은 지체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제조혁신, 스마트공장 보급, 디지털 전환 등을 주요 중점과제로 두고 추진 중이나, 지원 수준은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글로벌 선도 그룹과의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이에 따라 제조혁신 공정 기술개발을 위한 R&D 지원, 제조혁신 공정 기술 전문인력 양성, 민관 협력을 통한 제조혁신 공정 기술 도입 촉진 지원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경희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주요국 의약품 제조혁신 동향과 시사점에 "미국의 FDA 및 일본의 혁신적 제조기술 WG 및 의약품 혁신적 제조기술 상담 사례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 내에 '혁신제조기술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다양한 규제적 지원 혜택을 제시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술 실증과 확산을 위한 대규모 산학연 공동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아일랜드의 SSPC와 같이 국내 주요 대학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의약품 제조혁신 센터'를 설립해, 디지털 트윈, 연속생산 공정 등 핵심 기술의 실증 연구와 상용화를 지원하고, 동시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규제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권 교수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Pharma 4.0 기술의 내재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체계의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선도적인 규제 혁신, 산업계의 과감한 투자, 학계와 연구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결합될 때, 제약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