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올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진행된 미국 의약품의 약가 인하 청사진이 공개되었다.

미국 연방 공보험 기관인 CMS(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는 올해 11월 26일(현지 시간), IRA에 따라 선정된 2차 약가 인하 협상 대상 15개 의약품의 최종 할인율을 발표했다.

앞서 CMS와 기업들의 의약품 약가 할인 협상은 올해 6월 1일(현지 시간) 본격적으로 시작돼 11월 1일(현지 시간)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할인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발표된 할인율을 보면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1개월 기준 약값(출고가)이 959달러에서 274달러로 약 71% 할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GSK의 천식·COPD치료제 ‘트렐레지 엘립타’도 73% 정도 가격이 낮아진다.

특히 미국 MSD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자누메트’(85%↓),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제2형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84%↓), 영국 GSK의 천식·COPD 치료제 ‘브레오 엘립타’ 등은 할인율이 80%를 넘었다. [아래 도표 참조]

[2027년 의약품 약가 인하율]

의약품 기업 적응증 2027년 1개월 할인가 2024년 1개월 출고가 할인율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제품명: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리벨서스·Rybelsus)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제2형 당뇨병, 비만 274 달러 959 달러 71% 트렐레지 엘립타(Trelegy Ellipta)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175 달러 654 달러 73%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 일본 아스텔라스(Astellas) 전립선암 7004 달러 1만 3480 달러 48% 포말리스트(Pomalyst, 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 다발성 골수종 8650 달러 2만 1744 달러 60% 오페브(Ofev, 성분명: 닌테다닙·nintedanib)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특발성 폐섬유증(IPF) 6350 달러 1만 2622 달러 50% 입랜스(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palbociclib) 미국 화이자(Pfzier) 유방암 7871 달러 1만 5741 달러 50% 린제스(Linzess, 성분명: 리나클로타이드·linaclotide) 미국 애브비(Abbvie) 과민성 대장 증후군 136 달러 539 달러 75% 칼퀀스(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acalabrutinib)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 혈액암 8600 달러 1만 4228 달러 40% 오스테도(Austedo, 성분명: 듀테트라베나진·deutetrabenazine) 이스라엘 테바(Teva) 헌팅턴 무도병 4093 달러 6628 달러 38% 브레오 엘립타(Breo Ellipta)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67 달러 397 달러 83% 지팍산(Xifaxan, 성분명: 리팍시민·rifaximin) 미국 샐릭스(Salix) 과민성 대장 증후군 1000 달러 2696 달러 65% 브레일라(Vraylar, 성분명: 카리프라진·cariprazine) 미국 애브비(Abbvie) 조현병 770 달러 1376 달러 44% 트라젠타(Tradjenta, 성분명: 리나글립틴·linagliptin)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제2형 당뇨병 78 달러 488 달러 84% 자누메트(Janumet, 성분명: 시타글립틴+메타포르민·sitagliptin+metformin) 미국 MSD(Merck) 제2형 당뇨병 80 달러 526 달러 85% 오테즐라(Otezla, 성분명: 아프레밀라스트·apremilast) 미국 암젠(Amgen)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1650 달러 4722 달러 65%

이번 협상에서 할인율은 최소 38%에서 최대 85%까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할인율이 80% 이상인 약물은 대체로 이미 복제약이 출시된 품목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미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 경쟁 압력이 크지 않은 만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CMS가 제시한 높은 할인율 제안도 큰 문제 없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출고가가 1만 달러를 넘는 고가 의약품의 할인율은 38~60%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이 고가 제품의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가능한 한 할인율을 낮추려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고가 의약품의 가격 인하는 미국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환자들은 의약품 출고가의 평균 25%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가장 고가약인 BMS의 ‘포말리스트’ 2024년 약값에 적용할 경우, 환자들은 한 달치 약값(2만 1744 달러)의 25%인 약 5436 달러(한화 약 800만 원)를 부담한다.

그러나 CMS 협상 가격(8650 달러)이 2027년부터 적용되면, (환자들이 부담하는) ‘포말리스트’의 한 달 약값은 약 2162 달러(한화 약 300만 원)로 훨씬 낮아진다.

따라서 이번 약가 할인은 단순한 수치상의 할인에 그치지 않고, 고가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미국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2027년 할인가를 살펴보면, 1개월 약값이 여전히 7000~8000 달러에 달하는 약물도 있는터라, 환자의 부담이 여전히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이 가격은 보험 적용 기준 금액으로, 각 환자의 보험 구조에 따라 추가적인 할인이 개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