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대규모 해킹 사태와 늑장 대응으로 흔들리는 KT가 새 리더 선임을 앞두고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다.

기술적 보완책도 중요하지만, 이번 논란은 결국 ‘누가 회사를 이끌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후보군이 공개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도덕성 논란은 신뢰 회복의 발목을 다시 붙잡는다.

KT는 최근 해킹 사태와 그 후의 대응 과정에서 국민 기업으로서 책임 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내부에서는 보안 체계 부실뿐 아니라 사고 대응 과정에서 불거진 축소·회피 논란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차기 CEO 선출은 자연스럽게 후보들의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박윤영 전 사장을 둘러싸고 있다.

그는 KT 기업부문장을 맡던 시절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 담합 사건의 총괄 책임자였다. 이 사건으로 KT는 약 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9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법적 처벌과 징계를 감수하는 동안, 정작 사업 책임자인 박 전 사장은 직접적인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논란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올해 4월까지 협력사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KT의 수장을 노리는 행보는 이해상충 의혹을 낳는다.

현직 경영진인 이현석 부사장 역시 도덕성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KT에서 보이스피싱 연계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해당 부서를 책임지고 있었음에도, 국정감사에서 책임을 피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당시 국회가 위증으로 고발하겠다며 강하게 경고한 바 있어, 리더십과 투명성 측면에서 의구심이 제기된다.

다른 후보들도 각종 논란이 뒤따르며 KT 내부에서는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인 시점에 적절한 인물이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재임 시절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이력이 있다.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전례가 있는 만큼, 공기업 출신으로서의 윤리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김철수 전 사장은 현대HCN 고가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재무적 손실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또한 과거 경쟁사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있었던 점도 이번 검증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지적이다.

각 후보가 안고 있는 논란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도덕성’이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

KT가 연이은 논란으로 흔들리는 지금, 이사회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회사의 신뢰 회복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책임 회피·비리·불투명한 의사 결정, 보안 사고 축소 논란 등 구조적 문제가 반복돼 왔던 만큼, 이번 인선은 KT가 과거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