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배상 책임 규모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9일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5개월간 3,370만 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현실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일정 배수를 가중하여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로, 주로 영미법계에서 악의적 행위 억제를 위해 활용된다.

미국에서는 통상 손해액의 2배에서 5배까지 배상액을 산정하며, 중대한 불법 행위의 경우 이보다 높은 배수가 적용되기도 한다.

한국의 개인정보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15년 도입되었으나, '개인정보 처리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인정된 사례가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 단서 조항을 근거로 배상 책임을 면제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며, 쿠팡 사태로 인해 국민의 6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1인당 10만 원 수준의 손해배상으로는 사고 예방 및 불법 행위 억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통령의 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주문과 개인정보위의 제재·배상 제도 강화 방안 발표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배상 책임 규모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 판단에서 기업의 고의·중과실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의 직접적 이익 부재, 과징금·자구책 마련 노력 등이 고려돼 실제 배상 배수는 법정 상한(5배)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