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은 비호지킨림프종(NHL)의 한 유형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만 명 중 1명꼴로 진단되는 매우 드문 혈액암이다. 평균 진단 연령은 68세로,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3~5년으로,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진단 시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반응률이 낮고, 완전관해에 도달하더라도 대체로 2년 이내 재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외투세포림프종은 지금도 치료가 어려운 혈액암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단기 치료 성과보다 장기적인 치료 전략의 세밀한 설계가 중요하다.

백동원 경북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외투세포림프종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대부분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은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 치료가 어려운 외투세포림프종은 재발과 불응이 잦고, 재발을 반복할수록 치료 반응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환자의 다수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강도 높은 화학요법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치료의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BTK 억제제를 비롯한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기존 화학요법 중심의 치료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BTK 억제제는 B세포 수용체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종양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재발 및 불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세대 BTK 억제제는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심혈관계 출혈 등 오프타깃(Off-target) 부작용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표적 부위에 보다 정밀하게 작용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높이면서, 장기간 복용이 가능한 '지속 치료형' 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로 허가급여된 유일한 2세대 BTK 억제제인 비원메디슨코리아브루킨사(성분명자누브루티닙)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 환자에서 안정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임상에서도 명확히 입증됐다. BGB-3111-206 임상 연구에서는 평균 연령 60.5세의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브루킨사 단독요법을 평가했으며, 18.4개월의 중앙 추적 관찰 기간 동안 객관적 반응률은 84%에 달했다. 이후 35개월 장기 추적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반응이 유지되었으며,완전관해율78%, 무진행생존기간 33개월로 나타나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서도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브루킨사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지속 치료가 가능한 약제로 평가받는 근거가 되고 있다.

CASE A씨 (남성, 75세)

75세 남성 A씨는 약 3년 전 복부 통증과 함께 목, 겨드랑이 등에서 종괴가 발견됐고, 조직 검사 결과 외투세포림프종 3기로 진단됐다. 당시 심한 복부 통증으로 R-CHOP 요법 시행 후 완전관해(Deauville score 2)가 확인됐으며, 3년간 재발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브루킨사(사진제공=비원메디슨)

최근 복통이 다시 발생하고 목과 겨드랑이에 종괴가 만져져 내원한 결과, 외투세포림프종 재발이 확인됐다.

ECOG PS 3(낮 시간의 50% 이상을 침대에서 보내는 경우)정도로 기력이 떨어져 있었으며, 뇌경색 및 심근경색 등 동반질환으로 인해 항암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치료 전략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했다.

다행히 국내에서 외투세포림프종 재발 시 BTK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브루킨사로 치료를 시작했다.

동반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인만큼 짧은 간격으로 경과 관찰을 해오고 있으며, 브루킨사 복용 후 복통은 서서히 호전되었고 진통제 사용을 중단할 수 있었다.

약간의 무력감 외 다른 특이사항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 브루킨사로 치료 지속을 희망해 현재까지 안정적인 치료 경과를 보이고 있다.

백동원 교수는 "외투세포림프종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브루킨사로 치료한 환자들 상당수가 단기간 내 호전을 보였고, 이후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브루킨사는 기존 치료에 내성을 보였던 환자에서도 내약성이 우수하며,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드물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약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브루킨사는 높은 치료 반응과 우수한 내약성을 기반으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단독요법으로 급여가 되면서 외투세포림프종 환자들에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동원 교수는 "재발과 불응을 반복하는 외투세포림프종 환자들에게는 '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브루킨사는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한 약으로, 환자들에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는 치료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