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방암은 치료시 대표적 3대 타깃이 있다. 그런데 이런 타깃이 전혀 없었던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에 새로운 타깃이 발견되면서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방암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물질이 과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암이다. 주요 타깃 물질로는 호르몬 수용체(HR, 에스트로겐 수용체·ER 및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와 인간 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 2형(HER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이 있다.

이들 물질의 발현 여부에 따라 유방암은 HR 양성·음성, HER2 양성·음성으로 분류한다. 치료 역시 이들 물질의 발현 여부에 따라 어떤 약물을 사용할지 결정한다.

그러나 표적할 수 있는 물질이 없어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유방암이 있다. 바로 삼중음성유방암이다.

이 유형의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의 발현이 없어 항호르몬제나 표적치료제에도 잘 반응하지 않고,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그래서 ‘ER-negative PR-negative HER2/neu-negative breast cancer’라고도 부른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20%를 차지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최근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재발률도 높아 공포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치료제가 등장하며 상황은 다소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ADC는 삼중음성유방암의 근본 원인을 직접적으로 표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상 한계가 명확하다.

HR, HER2 양성 유방암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유형은 질병의 핵심 신호 경로를 표적할 수 있으므로, 당장 주어진 치료법의 효과가 부족하더라도 향후 예측 가능한 전략과 장기적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반면 삼중음성유방암은 근본적 발병 기전이 불명확하다보니 현재로서는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 가능성을 확보하는 수준 이상의 치료 청사진을 제시하기 어렵다. 인간이 붙여준 이름은 있지만 아직 실제 이름과 성은 알 수 없는 베일 속의 암종인 것이다.

‘삼중음성유방암’ 아닌, ‘SFRP2 양성 유방암’ 될 수도

이러한 가운데 국제학술지 ‘유방암 리서치(Breast Cancer Research)’를 통해 전해진 삼중음성유방암의 잠재적 타깃 발견 소식은 삼중음성유방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학술지는 올해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MUSC 홀링스 암 센터(MUSC Hollings Cancer Center) 연구팀의 논문을 게재하며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타깃 발견 소식을 전했다.

발견된 타깃은 바로 분비형 프리즐드(Frizzled) 수용체 관련 단백질 2형(SFRP2)이다. 이 단백질은 Wnt 신호전달 경로와 관련된 단백질로, 세포의 성장 및 증식을 조절한다.

연구팀은 지난 2008년 삼중음성유방암 세포 주위에 SFRP2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억제하는 항체 약물을 고안하여 전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SFRP2를 표적하는 항체 치료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종양 크기를 61%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ER2 양성 유방암에서 HER2 항체 약물이 달성하는 최대 50%의 종양 감소율을 넘어선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SFRP2 표적 항체 약물은 삼중음성유방암의 전이 및 증식을 막을 수 있는 유망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SFRP2 표적 항체 약물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삼중음성유방암 임상시험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면, 앞으로 명칭은 ‘삼중 음성’이 아닌 SFRP2 양성 유방암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