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중국이 처음으로 ‘상업 보험 전용 혁신 신약 목록’을 발표하며 키메라 항원 수용체-T(CAR-T) 세포 등 고가 혁신치료제에 대한 체계적 시장 진입 경로를 마련했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은 지난 7일 이같은 사실을 대내외에 공지했다.

이는 중국 내 혁신 바이오 시장 확장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향후 중국의 국가급여의약품목록(NRDL)과 상업보험 간 이중 구조가 중국 신약의 가격·시장 전략의 핵심 축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NRDL 외에 민간보험(사보험)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이날 처음으로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상업용 건강보험을 위한 혁신 신약 목록(Commercial Health Insurance Innovative Drug List)’을 공개했다. 이 목록은 혁신성과 임상 가치가 높은 신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CAR-T 세포치료제 주요 5종이 포함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처음 선정된 이 목록을 위해 총 121개 의약품을 심사했다. 이 가운데 24개 약물에 대해 가격을 협상하고 최종 19개의 약물이 등재됐다. 초기 접촉부터 명단 선정까지 거의 1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로 보면 암 치료제가 14개로 가장 많이 선정되었고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고셔병·신경모세포종 등 주로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 치료제도 포함되었다. 특히, CAR-T, T세포 인게이저, 이중특이항체 등 차세대 치료제의 선정 비중이 컸다.

중국 기업 외에 미국 화이자 및 일라이릴리, 일본 다케다 및 에자이 등 해외기업 제품도 포함됐다.

중국 승인 8개 CAR-T 치료제 중 5개 포함 ... 차세대 치료제 비중 높아

이번에 포함된 5개의 CAR-T 치료제는 혈액 악성 종양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로, 포순카이트(Fosun Kite), 제이더블유 테라퓨틱스(JW Therapeutics),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스(Gracell Biotechnologies), 레전드 바이오테크(Legend Biotech), 카스젠 테라퓨틱스(CARsgen Therapeutics)가 개발했다. 중국에서 승인된 총 8개 CAR-T 치료제 중 5개가 포함된 것이다.

가격을 살펴보면 그라셀 테라퓨틱스 제품은 주입당 99만 9000위안(14만 1300달러), JW Therapeutics 제품은 주입당 130만 위안(18만 3894달러), 나머지 3개도 100만 위안(14만 1478달러) 이상으로 협상이 이뤄졌다. 이는 매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상업 보험이 이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 CAR-T 세포 치료제 시장 확대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리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상업보험 목록의 특징은 안전성 및 효과성이 검증된 약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국가급여의약품목록의 기본 보장범위를 초과하는 고가·혁신치료제로 구성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가 신약 접근성 향상 ... 혁신 치료제 중심 신시장 형성 가능성

업계는 이번 상업보험 편입으로 고가 치료제 접근성이 개선되어 치료 적용 대상 확대되고 혁신 치료제 중심의 신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가급여의약품목록이 아닌 독립된 상업용 보험 트랙이 생기면서, 기업의 가격 전략 및 시장 진입 전략 다변화가 가능하고 보험 기반의 고가 혁신약 활성화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이번 제도를 통해 고부가가치 치료제의 지속 가능한 시장 기반을 만들려는 정책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도 기회가 확대되어 중국 내 상업보험 시장이 정착되면 글로벌 신약의 중국 진입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업 건강보험 혁신 의약품 카탈로그’ 추가 ... 합리적 가격 결정 구조 완성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1일, 의료보험데이터 사용, 혁신 신약에 대한 보험 적용 및 장기 투자 지원 등 혁신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그간 국가급여의약품목록(NRDL)에 포함되지 못한 고가의 혁신의약품이 상업용 건강보험에 포함될 수 있도록 ‘상업 건강보험 혁신 의약품 카탈로그’를 추가하고 제약사와 보험사 간에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중국의 의료 시스템은 혁신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하고, 국가급여의약품 목록과 중앙 집중식 조달로 인해 제약회사의 이윤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그간의 조치는 비용을 통제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치료제 개발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여 중국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에 ‘투자 겨울(investment winter)’을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새로운 상업 건강보험 혁신 의약품 카탈로그(카테고리 C 약물)을 추가해 의료보험 적용과 혁신신약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 조치로 평가된다.

참고로 중국의 상업 건강보험시장은 연평균 12%씩 증가, 오는 2030년 2조 위안(3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 국가급여의약품목록에는 두 가지 범주의 약물이 있다. A급 의약품은 전액 상환되는 반면, B급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상환되는 약물이다.

카테고리 C 약물은 중국 NRDL의 기존 A 및 B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임상적으로 필수적인 혁신적인 치료제로, 항체약물접합체(ADC), CAR-T 치료제와 같이 비싸지만 매우 혁신적인 치료제를 포함하도록 설계되었다.

카테고리 C 약물 도입으로 기업이 공공 시스템에 대한 가격 할인에 의존하지 않고 ADC, GLP-1 기반 치료제, 세포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획기적인 치료법을 수익화할 수 있는 시장 주도 경로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AIA와 메트라이프생명(MetLife)과 같은 다국적 보험사들은 카테고리 C 의약품을 다루는 상용 상품을 설계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명 ‘빅파마’로 불리는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도 최근 중국의 간소화된 규제 절차(예: 임상시험 신청에 대한 30일 심사)를 활용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