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원료의약품이나 제네릭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한 신약을 앞세워 현지 보건당국의 허가 문턱을 넘거나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의 품목허가를 동시에 획득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21년 중국 현지 투자사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설립해 현지 상업화를 진행해 왔다.

이들 두 제품의 중국 내 판매는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이그니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항저우에 연간 의약품 10억 정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완공했다.

중국 내 뇌전증 환자는 1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관련 치료제 시장은 11억 달러(약 1조 6100억 원) 규모다.

대웅제약은 지난 9월 중국 NMPA로부터 자사 P-CAB 신약 ‘펙수클루’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2023년 6월 NDA를 제출한 지 약 2년 만이다.

대웅제약은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2026년 하반기 제품을 출시하고, 중국 현지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진출 전략을 펼쳐갈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S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항궤양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조 원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특히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변화 등으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중국 시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 파트너사인 리존제약은 지난 8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P-CAB 신약 ‘자큐보’의 임상 3상을 완료하고 NMPA에 신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 약 500만 달러(한화 약 70억 원)를 수령했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성과를 냈다. 중국 NMPA는 지난 7월 렉라자와 얀센의 이중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4500만 달러(약 628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중국은 서구권에 비해 EGFR 변이 양성 비율이 40~50% 수준으로 높아 렉라자의 주요 시장으로 분류된다.

중국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이미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EGFR 변이 발현율이 40~50% 정도로 서양인(10~15%)보다 높아서 렉라자의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 당국이 혁신 신약에 대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업건강보험 전용 혁신신약 목록을 신설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현지 유력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