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가 한국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제조 공정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둘러싼 특허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12일 공시를 통해 "할로자임이 미국 특허상표청 산하 특허심판원(PTAB)에 자사의 히알루로니다제 제조법 관련 특허(미국 특허 제12,221,638호)에 대해 당사자계 무효심판(IPR)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판 대상은 히알루로니다제 효소의 배양 및 생산 공정에 관한 특허로,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전환 핵심 기술인 'ALT-B4'의 물질특허와는 별개의 제조방법 특허다.
IPR은 제3자가 기존 문헌자료만을 근거로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로, 문헌 증거만으로 무효를 입증해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특허 등록 후 9개월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는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보다 제한적이지만, 시기 제한이 없어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할로자임은 이번 무효심판에서 알테오젠의 특허가 기존 기술의 단순 조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할로자임 측은 자사의 선행 특허(EP3037529)와 공개 기술 문헌(WO2017/011598)을 제시하며, "세포 배양 온도를 조절해 단백질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이미 공지된 기술"이라고 밝혔다.
알테오젠의 해당 특허는 세포 배양 온도를 기존 37℃에서 28~34℃로 낮춰 효소 활성을 저하시키는 시알산화를 억제하고, 히알루로니다제의 활성을 1만 유닛(Units/mL) 이상으로 높이는 제조 공정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할로자임은 "자사 특허의 실시예에 이미 1만7000유닛 수준의 고활성 데이터가 존재한다"며 특허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 측은 "할로자임이 선행 기술로 제시한 특허의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분석과 문제점 발견을 완료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허 전략상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으나, 대응 방안을 이미 준비했고 특허의 유효성을 강하게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트너사들이 선행특허조사와 실사를 거쳐 특허 사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다각도로 검토를 마친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번 무효심판 청구는 최근 독일 뮌헨 지방법원이 할로자임의 손을 들어주며 미국 머크(MSD)의 피하주사 제형 항암제 '키트루다SC'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직후 나왔다.
업계에서는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의 기술 기반을 약화시켜 협상력을 높이거나,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키트루다SC에는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이 적용돼 있다. ALT-B4는 정맥주사용 항체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전환해 투약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기술로, 알테오젠은 2020년 6월 MSD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해당 기술의 사용권을 제공했다.
MSD는 할로자임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 '엠다제(MDASE)' 특허가 과도하게 광범위하다며 올해 10건 이상의 PGR을 제기하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이에 할로자임은 MSD를 상대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독일에서 키트루다SC 판매 금지 가처분을 확보하며 반격했다.
할로자임이 미국에서 알테오젠의 제조 특허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피하주사 제형 시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할로자임-MSD-알테오젠 간 복잡한 삼각 구도로 확대되고 있다.
알테오젠 측은 "사전에 약정된 미국 내 법률대리인들이 준비된 전략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주요 진행 상황은 신속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