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쿠팡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내부 대응 매뉴얼이 언론에 공개되며 파장이 일고있다.

해당 문서에는 노동자 사망 사고 발생 시 쿠팡이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고 외부 확산을 차단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피해자 가족 지원과 재발 방지보다는 언론·노조와의 접촉 차단, 정부와 국회 대응 완화에 집중하는 내용이 두드러졌다.

매뉴얼은 2021년 작성돼 2023년까지 수정된 '(대외비) EHS-CFS-PG-07 위기관리 대응 지침' 파일로, 쿠팡 본사 정책팀에서 작성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7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임무와 행동 지침을 상세히 명시했다.

1단계 '사건 발생'에서는 사고 신고와 현장 안전 확보, CCTV 확보 및 사건 내역 작성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2단계 '병원 대응'부터는 피해자 가족과의 소통 채널 확보 및 심리적 안정 유도, 기대치 관리 등 가족의 요구를 제한하는 전략이 포함됐다.

CCTV 영상 및 사건 내역은 가족에게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도 명확히 적혀 있었다. .

3단계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을 포섭하고 노조와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의금 지급, 고위 책임자임을 밝히며 합의를 모색하는 한편, 장례식 대응팀을 상주시켜 유족 주변을 감시하도록 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회사가 장례식장을 철저히 통제하며 유족과 외부 접촉을 막으려 한다고 전했다.

4단계 '언론 대응'에서는 왜곡 보도에 즉각 반박하고 취재 동향을 PR팀에 전달하도록 했다.

5단계 '경찰 대응'에서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에 반박하며 수사 동향을 공유하는 등 수사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이 단계들에서 노조와 언론 동향 파악 및 정보 공유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6단계 '고용노동부 대응'은 작업중지 명령 방지를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정부관계 대관팀(GR팀)이 네트워킹과 로비 활동을 가동하도록 했다.

쿠팡은 최근 수년간 노동부 출신 공무원 다수를 채용해 대관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마지막 7단계 '국회 대응'에서는 국회의원실 관심도 파악과 신속한 소명으로 이슈 확산 방어를 목표로 하며, 국회 보좌진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대관팀이 운영되고 있다.

국정감사 등에서 쿠팡 측 대관팀이 의원실과 긴밀히 협력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쿠팡 내부 매뉴얼은 노동자 사망 사고를 투명하게 조사하거나 재발 방지책 마련보다는 회사 이익 보호와 외부 정보 통제에 집중한 점에서 사회적 책임 의식 결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