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바이오 투자 심리가 완만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투자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선택된 기업에만 투자가 이뤄지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가 12일 펴낸 ‘국내외 바이오기업의 투자·상장 현황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시사점’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바이오제약 및 플랫폼 기업 대상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2024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투자 라운드 수 역시 약 450건 내외로 초기(seed) 투자 비중은 감소한 반면, 시리즈 B~Pre-IPO까지 단계 투자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바이오제약 플랫폼 기업의 평균 VC 투자금은 6960만 달러로, 2015년 평균 3090만 달러 대비 약 3870만 달러 증가하며 2배 이상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드 및 시리즈 A 라운드 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이후 증가하는 반면, 바이오 벤처 총 투자 금액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극소수의 초기 기업들이 비정상적인 큰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바이오 벤처 투자 생태계의 구조적 양극화(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오분야 VC 총 투자금 감소는 바이오 벤처 투자가 가능한 펀드의 조성이 감소된 것에 기인한다. 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금리 상승으로 자본 비용이 상승하며,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분야에서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투자처로서 매력도는 하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바이오 분야 펀드수는 309개 였으나, 2024년에는 46개로 급감하였으며, 2025년 1분기에는 단 4개의 펀드만 결성, 조성된 펀드의 규모도 축소되어 투자 여력 자체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 이후 자금회수 시장의 경색이 바이오벤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신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과 의사결정에도 직간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2021년 기준 약 10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하여 1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였으나, 이후 산업 전반의 침체와 함께 신생 기업 주가 급락으로 인해 IPO 시장이 위축되어 연간 25개 내외 기업이 IPO에 성공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의 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의 수도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상황이다.

국내 투자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초기 바이오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뚜렷하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VC 투자 비중은 2019년 32.5%에서 2025년 14.7%로 급락했으며 투자 금액 역시 2022년 2조 50억 원에서 2025년 5965억 원으로 70% 이상 줄었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단계보다는 개발 중기 이후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장 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 수가 16개였지만 2023년 8개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치들이 글로벌과 국내를 막론하고 바이오 투자 시장이 이미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투자 규모와 건수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재원 축소와 평균 투자금 확대가 맞물리며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 잠재력만으로 투자를 유치하던 환경은 점차 사라지고, 임상 진척도와 사업성, 수익 모델이 구체적으로 검증된 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초기 바이오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 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시장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갖추는 성장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