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감염병 연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환자 유래 ‘임상검체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이승환 교수는 최근 감염병기술전략센터에 기고한 ‘신·변종 감염병 국제 공동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전략’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는 신·변종 감염병 환자 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선제 대응 연구에 필요한 환자 유래 임상 검체와 병원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유래 임상검체는 병원체의 유전적 특성과 변이 양상을 분석하고, 치료제·백신 개발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필수인 연구 자원이다. [아래 용어설명 참조]

이 같은 임상검체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감염병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네트워크는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감염병 검체를 확보하고, 이를 국내 연구자와 산업계에 분양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도 불구하고 연구 수행 과정에서 활용할 임상검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 감염병 연구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연구자들은 연구 수행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환자 유래 임상검체 부족’(58.1%)을 꼽았다.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분양 가능한 검체의 종류와 물량이 증가하는 국내 연구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의 여건 차이가 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감염병 발생 양상과 연구 인프라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며, 연구 윤리와 인체유래물 및 병원체의 수집·관리, 수출입 관련 규제 역시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연구자와 교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 이상이었으나, 실제 공동 연구로까지 발전한 사례는 10% 미만에 그쳤다. 검체 확보 지원과 연구 협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면서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환 교수는 “국제 네트워크의 국외 연구자를 통해 나라별로 강화된 규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검체 수입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현지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국내 감염병 연구 수요 증가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검체를 확보·지원해야한다”고 제언했다.

※ 용어설명: 임상검체와 병원체

임상검체와 병원체는 질병 진단과 연구에서 각각 검사 대상(검체)과 원인 미생물(병원체)로 구분된다.

임상검체는 환자의 혈액, 소변, 조직 등 질병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채취한 인체 유래 시료를 말한다. 이 검체는 다양한 검사(혈액학, 미생물학 등)에 사용된다.

병원체는 인체에 감염을 일으켜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과 같은 미생물이다. 임상검체에서 병원체를 분리·동정하여 감염 원인 규명 및 치료 방침 결정에 활용된다.

임상검체가 검사 재료(환자 유래 시료)라면, 병원체는 그 검체에서 분리된 감염 원인 미생물인 것이다. 임상검체에서 병원체를 검출·분석하는 것은 임상진단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