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리테일이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GS’ 상표권 사용료를 지주사 GS에 납부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그룹 계열사가 모기업의 상표를 사용할 때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법적 의무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상표권 사용료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오는 2026년 한 해 동안 ‘GS’ 상표권 이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른 대가로 240억 원을 GS 지주사에 지급할 예정이다.

GS그룹은 산하 계열사의 전년도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0.2%를 곱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수수료 지급액을 산정한다.

이와 같은 계약은 매년 갱신되며, GS홈쇼핑 등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계열사가 그룹 명칭이나 브랜드를 사용할 때 비용을 내야 하는 배경에는 공정거래법 제45조 1항 9호가 있다.

이 조항은 계열사 간 무상 경제적 지원 행위를 금지하며, 그룹 상표권도 무형재산권으로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상표권 무상 제공 시 부당지원으로 간주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2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셀트리온 그룹이 산하 계열사들에 상표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한 사례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4억3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법안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최근에는 내부 거래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LG, SK, 한화, CJ, 포스코, 롯데, GS 등 7개 대기업 집단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으며, 총 거래액은 1조3433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사용료는 곧바로 지주사의 현금 흐름 개선으로 이어져 배당 여력을 높이고 오너 일가의 수입 증대로 연결된다.

공정위 측은 내부거래 현황을 지속 점검하고, 주요 거래 내역을 공개해 기업들의 자발적 관행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