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의학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문을 내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의약 난임치료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무시하고 ‘한의학은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망언을 규탄하며, 한의치료로 난임을 극복하거나 이겨내고 있는 난임부부들과 한의계에 진솔한 사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계 출산율 0.7명대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의료적 자원을 배제 없이 활용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 장관이 복지부가 스스로 발표한 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근거도 부정한 채, ‘객관적, 과학적 입증이 어렵다’고 폄훼한 것은 양의사 특유의 무지성적 한의학 폄훼 발언으로, 한의계는 깊은 분노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의 한약 치료는 근거 수준 B/Moderate,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의 침 치료는 A/High, 전침·뜸·한약 치료는 B/Moderate 등급으로 평가됐다.

한의협은 이를 토대로 한의약 난임치료의 과학적 타당성이 이미 제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관련 사업이 조례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의 경우 사업비가 5억원에서 9억7200만원으로 확대됐으며, 한의협은 이러한 점을 들어 한의약 난임치료를 배제할 이유가 없으며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정은경 장관의 발언을 ‘타당한 지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의협은 “한의협은 복지부가 발간한 임상진료지침을 언급해 복지부가 효과성을 인정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엄연히 이는 복지부의 비용을 들여 한의계에서 작성한 지침에 불과하다”며 “특히 내용을 보면 한의학 기반의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중의학 기반의 외국 논문을, 그것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의 의학논문을 분석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임 치료는 난임 부부의 생명과 건강, 나아가 태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고도의 전문 의료영역으로, 치료는 ‘개인적 선호’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 검증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한방 난임치료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신뢰할 수 있는 임상 근거도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거나 국가가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듯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특히 “난임부부가 적절한 시기에 검증된 의학적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끝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방 난임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해당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 연구,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아울러 한의계는 대통령이나 정부에 부탁하는 방법이 아니라 학문적 접근을 통해 해당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정당한 방법을 따를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