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박성하 기자] 한국유씨비제약은 펜플루라민염산염 성분의 치료제 '핀테플라'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세 이상 드라벳 증후군 환자의 발작 치료를 위한 부가요법으로 허가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드라벳 증후군은 생후 12개월경 발병하는 치명적인 소아 희귀질환으로, 환자의 최대 15%가 유아기 또는 청소년기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신체 경직, 언어 발달 장애, 자폐, 정신지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동반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환자 보호자들은 24시간 돌봄 부담, 경력 단절, 소득 손실 등 심각한 돌봄 스트레스와 낮은 삶의 질을 경험하고 있다.

드라벳 증후군 환자에게 장기간 빈번하게 발생하는 발작은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망(SUDEP)의 위험까지 높인다. 따라서 발작을 줄이거나 멈추는 것이 질환 치료의 주된 목표다. 그러나 기존 항경련제만으로는 발작 조절에 한계가 있으며, 일부 약제는 오히려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어 국내 치료 환경에서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가 큰 상황이었다.

핀테플라는 세로토닌 방출을 통해 다수의 5-HT 수용체 아형을 자극하여 발작을 감소시키는 독특한 기전을 가진 치료제다. 세로토닌 수용체와 시그마-1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기전으로 환자의 발작을 감소시키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허가는 2세부터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드라벳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세 가지 주요 임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스티리펜톨과 병용하지 않은 연구 1에서 핀테플라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월 평균 경련성 발작 빈도를 62.3% 더 크게 감소시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했다(P<0.0001). 스티리펜톨과 병용 투여한 연구 2에서도 핀테플라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월 평균 경련성 발작 빈도를 54% 더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다(P <0.001).

발작이 없는 기간인 무발작기간 중앙값 역시 핀테플라 투여군에서 더 길게 나타났다. 연구 1에서 핀테플라 투여군은 25.0일, 위약군은 9.5일이었으며(P=0.0001), 연구 2에서는 각각 22일과 13일로 확인되었다(p=0.004). 또한, 경련성 발작이 7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연구 1에서 핀테플라 투여군 50%, 위약군 2%였으며(p=0.0005), 연구 2에서는 각각 35%와 2%로 나타났다(p=0.003).

장기적으로도 핀테플라의 치료 효과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 연장 연구에 따르면, 연구 베이스라인 대비 경련성 발작 감소 중앙값은 66.8%로 장기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뇌전증학회(AES)에서 발표된 공개 연장 연구의 최종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최대 4년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어, 핀테플라가 소아 및 성인 환자에서 장기간 사용 시 지속적인 임상적 혜택을 제공함을 추가로 입증했다.

핀테플라의 안전성 프로파일 또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이 약은 기존에 복용하던 항발작제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지 않고 함께 복용할 수 있다. 핀테플라는 환자 체중 기반 권장 용량으로 1일 2회 투여되며, 투여 시작 후 7일 간격으로 용량을 증량한다. 보다 빠른 적정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4일 간격으로 증량할 수 있으며, 1일 최대 권장 용량은 26mg이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은 반복되는 발작과 발달 지연, 행동 문제 등 복합적인 증상으로 질환 부담이 매우 크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발작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플라는 기존 치료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임상시험과 해외 실사용 연구에서 발작 빈도 감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기능 향상, 돌연사 위험성 감소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결과가 보고되었다"며, "단순한 증상 조절을 넘어 환아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 이번 허가를 통해 국내 드라벳 증후군 치료 패러다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유씨비제약 에드워드 리 대표는 "드라벳 증후군은 지속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발작으로 인해 환아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극희귀 중증 난치성 질환"이라며, "이번 핀테플라 국내 허가를 통해 드라벳 증후군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드라벳 증후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핀테플라는 2024년 12월 정부의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2차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지정되었다. 이 제도는 약제 도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을 병렬로 진행하는 제도다.